독서·운동·게임 … 뇌를 젊게 하는 ‘총명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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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14면

나이가 들면 통찰력은 좋아지지만 기억력은 떨어진다. 50대 여성 환자가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언어능력 검사를 받고 있다. 

80대에 권력의 정점에서 중국의 개혁ㆍ개방 조치를 단행해 현대화를 이끌어낸 덩샤오핑(鄧小平), 구순(九旬) 때 ‘근위 기병과 나부’를 완성한 피카소, 82세에 ‘파우스트’를 집필한 괴테. 남들은 치매를 걱정할 나이에 왕성한 창작활동과 지적 판단력으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들이다.

100세 청년을 꿈꾼다 ⑧ 뇌 건강

기능올림픽에 참가한 90대 할아버지, 증손자ㆍ고손자를 포함한 100여 명의 자손에게 일일이 생일 축하카드를 보내는 100세 할머니도 있다. 질 높은 100세 인생의 필수조건인 두뇌 건강,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최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음악·미술 가까이해야

50대에 영어 공부를 재개한 A씨. 회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백설공주(Snow White)’를 시작으로 영어 동화책 50권 외우기를 목표로 정했다.

학창 시절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했던 그였지만 외웠다 싶었던 문장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길 반복했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익히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노화와 더불어 기억력을 담당하는 세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력 감퇴가 두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않는다.

실제 A씨는 수재(秀才) 소리 듣던 청년 시절보다 지금의 통찰력ㆍ판단력이 훨씬 낫다고 확신한다. A씨의 확신이 맞는 걸까.

맞다. 해답은 신경세포를 연결해주는 수상돌기에 있다. 의학적으로 수상돌기의 기능은 두뇌에 저장돼 있는 지식을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즉 독서ㆍ음악ㆍ미술 등 두뇌 활동이 활발할수록 수상돌기의 숫자는 증가한다. 지적 자극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A씨가 청년 때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총괄적 판단력이 좋아졌다고 느끼고 80대, 90대에도 역사적 결단과 불세출의 명작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두뇌활동은 노후에도 총명함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독서나 예술활동을 통해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뇌 건강의 敵

최근 미국의 솔크연구소(생명공학연구소)와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석 달간 운동을 한 건강한 성인의 뇌에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새로 생겼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운동을 하면 늙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새로운 망(網)이 만들어져 뇌세포에 혈액과 영양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뇌에서 향신경성 물질(BDNF)이 생겨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또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고 충동성을 낮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물론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신경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두뇌 개발을 위해선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운동이 뇌기능 유지에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뇌혈관 질환을 초래하는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치매의 절반은 크고 작은 뇌혈관 손상때문에 생긴다.
뇌세포의 노화를 막으려면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세포의 균형이 깨지면서 뇌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선ㆍ잡곡밥ㆍ생과일 먹어야

뇌기능을 유지하려면 비만과 폭식을 피해야 한다. 비만은 고혈압ㆍ뇌졸중ㆍ심장병ㆍ당뇨병 등을 초래해 뇌혈관을 손상시키고, 폭식은 뇌의 포도당 농도를 심하게 변화시켜 뇌세포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뇌기능을 유지하려면 질 좋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식단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기보다 생선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은 쌀밥보단 잡곡밥에서, 비타민은 주스보다 생채소나 생과일에서, 지방은 고기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에서 보충하는 게 바람직하다.

도움말 주신 분
서울아산병원 운동의학 진영수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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