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비리 또 터지나" 떨고 있는 방송연예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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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주식 로비' 의혹이 불거진 4일 방송계.연예계는 하루 종일 술렁였다.

특히 돈을 받았다는 몇몇 PD의 실명이 거론되자 2002년 방송가를 휩쓸었던 '연예계 금품비리'사건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당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홍보비'를 빌미로 방송.언론 관계자들에게 수백만원 규모의 금품을 줬다가 검찰에 적발된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방송사 PD 및 간부 7명과 스포츠신문 간부 3명, 연예기획사 임직원 5명 등이 구속 기소됐으며 30여 명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현금으로 줬던 뇌물이 주식으로 바뀌었다는 게 다를 뿐, 기획사들이 자사 소속 연예인의 출연 청탁을 위한 로비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그러나 실명이 거론된 한 PD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과)전혀 관련이 없다"며 "아마 그쪽(연예기획사)에서 분명 신경을 써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돈 것 같다"고 반박했다.

연예계 역시 이번 사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팬텀엔터테인먼트는 자금 면에서나 거느리고 있는 연예인 면에서 현재 업계 1위다. 영상.영화.음반.음원.매니지먼트.방송제작까지 연예 산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1990년 창업 당시 팬텀은 골프공.골프의류 제조업체였다. 그러다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인수합병과 우회 상장을 통해 종합 연예산업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현재 신동엽.유재석씨 등 유명 MC를 비롯, 가수 아이비.윤종신씨, 배우 김석훈.김상경씨 등이 소속돼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를 나와 프리랜서를 선언한 강수정.김성주씨도 모두 이곳으로 이적했다.

한편 업계에선 사건이 확대될 경우 업계 판도까지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569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문이 돈 이후 연일 하락, 4일 3860원까지 떨어졌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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