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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3대 덫' 실태와 해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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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 볼 게 드물다
기획·창조력 발휘를

불황의 첫 원인은 '볼 만한 한국영화가 드물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과잉 투자.제작으로 난립한 졸작들이 문제다. 설익은 기획, 무분별한 다작의 후유증이다. 누적된 실망감이 한국영화의 자산이었던 관객 충성도에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현 위기는 기획력과 창조성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돈과 스타를 부리는 매니지먼트는 잘 했지만 시나리오 등 창조성을 발굴.관리하는 시스템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영화산업의 틀이 공고화하면서 예전보다 신인들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없게 된 구조도 문제다. 르네상스의 주역인 '386'을 잇는 새 인력의 수혈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을 강타한 '미드(미국 드라마)''일드(일본 드라마)'열풍도 요인이다. 박찬욱 감독조차 "요즘은 감독들도 미드족"이라고 전한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의 올 1~4월 예매율을 보면 20대 예매율이 39%로 2004년 이후 같은 기간 중 가장 낮다. 지난해보다는 27%나 줄었다. 20대 관객의 이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 국장은 "영화가 최우선 매체가 아닌 디지털 환경, 소모적 소비행태를 보이는 한국 관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인적 교체를 통한 새로운 상상력의 수혈, 오직 파괴력 있는 기획만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2) 거품 제작비
생존 위한 군살 빼기를

평균 제작비가 51억원인 2006년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20%가 못 된다. 수익률 악화에는 제작비 거품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제작비는 급등했지만 시장의 성장은 제한적이라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영화가 양산됐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완성도를 상상력이 아닌 규모로 내려는 경향이 문제"라며 "제작비를 15% 정도 줄이고 30억원 내외의 중간 사이즈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들의 개런티 절감을 필두로 투자.배급사의 수수료율 인하, 제작사 경비 절감 등 각 주체들의 군살빼기 노력도 시급하다. 생존을 위한 다운사이징이다.

(3) 극장에만 의존
부가 판권시장 키워야

현 체제는 비디오.DVD, 케이블.위성, 해외 수출 등 부가 판권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극장 매출이 수익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다. 극장에서 대박이 안 나면 쪽박 차는 셈이다. 영화들은 극장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공식을 답습하고 출혈 마케팅을 감수한다. 영화인들은 부가판권 시장이 살아나 다양한 윈도가 활성화돼야 영화의 다양화, 산업의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류 열풍이 가라앉은 뒤 급랭한 해외시장도 새로운 활로가 필요하다. 2006년 해외 수출은 전년에 비해 68% 감소했고 간판 시장인 일본에서는 82%가 줄었다. 일본 쇼치쿠영화사의 외화구매 담당 모리구치 가쓰 실장은 "한류 스타에 의존한 영화들은 실망스럽고, 한류의 핵인 순애보를 담은 일본영화들이 쏟아져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며 "한국영화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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