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물·조직달려 “외로운 도전”/대선출마하는 박찬종「후보」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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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양김시대 청산」여론확산에 한가닥 희망
신정당 박찬종대표가 9일 대통령후보로 정식 등장함으로써 12월을 향한 대권 레이스는 4파전으로 확산됐다.
박 후보는 이미 지난 5월7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권출마를 밝혔기 때문에 이날 전당대회는 단순한 옷갈아입기 요식절차에 불과한 셈이다.
물론 박 후보의 승리확신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선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정당이 총선에서 유효투표의 1.8%를 얻는데 그쳤으며,박 후보 한사람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실은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박 후보가 주장하는 「새정치와 깨끗한 정치구현」이 의외의 파장을 부를 수도 있으며,앞으로 6개월가량 남은 경선과정에서 타후보와의 연계여부도 주목을 끄는 등 대권향방에 적지않은 돌출변수로 작용할 소지가 적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다.
박 후보의 정치역정에 대해선 기성정치에 대한 끊임없는 거부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조직생활을 감내하지 못하는 독불형이란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9,10대 여당인 공화당의원으로 활동하다 10.26후 「정풍운동」으로 탈당한 뒤에는 재야인사와 야당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야당을 하면서도 「양김퇴진론」을 부르짖으며 기존정당에의 잔류를 거부,독자적 입지를 확보해왔다.
박 후보는 자신의 정치역정이야말로 새정치구현을 향한 외길투쟁이란 명분을 강조,대선의 제1무기로 삼고 있다.
양김구도에 대한 염증을 노려 「진정한 세대교체의 유일대안」을 표방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국민들의 기성정치 혐오를 표로 연결하면 얼마든지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으며,설혹 당선되지 않을 경우라도 2백만표 정도를 얻으면 대선후 정국에서 적지않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양김이 물러난뒤의 차기대권도 노릴 수 있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정치의 두터운 벽이다. 명분이야 좋지만 그의 정치적 행보는 「주위에 사람이 없다」라는 한계를 지닌다. 지금까지 명분따라 변신을 거듭해왔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은 없었으며,이는 대선과정에서 그의 개인적 인성과 관련된 「정치적 덕의 한계」로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
보다 치명적인 한계는 현실정치의 힘인 조직과 돈이 없다는 점이다. 총선당시 73개 지구당을 창당했지만 지금 남은 것은 59개 지구당이다. 줄잡아 천억원대로 예상되는 선거자금을 마련할 능력도 없다. 지난달 후원모임을 가졌지만 모금이 안되고 참석티킷료까지 회수되지 않아 오히려 적자를 남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그가 중도에 타후보와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꽤 있다.
1차대상자로는 여당에서 「세대교체」의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는 이종찬의원이 꼽힌다.
두사람의 표방정견이 같고 지지계층이 비슷하며 양김 및 정주영후보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점 등이 이들의 제휴를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차차기쪽에 더큰 비중을 두는 인상이 역력하다는데서 경쟁관계끼리의 제휴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관측이 더 많은게 사실이다.
야권후보단일화란 명분으로 김대중·정주영후보와의 제휴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으나 그의 줄기찬 양김퇴진론에 비춰볼때 이 역시 희박하다고 보여진다.
결국 외로운 도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그의 대선행로가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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