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 방송3사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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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달여 앞으로 다가선 바르셀로나올림픽 기간동안 국내시청자들은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질 것 같다.
다음달 25일부터 시작되는 올림픽경기 중 한국의 주요경기 장면들이 스페인 현지와의 시차로 새벽에 생중계 되기 때문이다.
KBS·MBC·SBS등 TV3사는 현지중계를 위한 마무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방송사간 중계권료 문제 및 중계방식을 확정지은 이들 방송사는 각각 심야와 낮시간대 방송에 더 많은 시청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묘책을 짜내느라 바쁘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방송시간과 중계방식.
각 방송사는 올림픽기간 중 하루24시간 방송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현지와의 시차는 7시간으로 주요경기가 열리는 현지의 오후 늦은 시간이 국내의 새벽시간에 해당된다. 때문에 한국선수들의 경기나 육상 등 주요경기장면은 새벽에 생방송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KBS·MBC는 생중계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반면 뒤늦게 올림픽 중계방송 경쟁에 뛰어든 SBS는 녹화방송으로 운영키로 했다.
각 방송사는 새벽의 주요경기장면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해 낮방송을 하기로 최근 합의했으나 문제는 정부의 시간대조정 방침이다.
정부가 하절기 전력사정을 감안, 오후3시 이후의 낮방송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TV의 전력낭비가 생각보다 적다는 점을 강조, 「방송올림픽」의 호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아래 종일 낮방송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계방식 역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은다. KBS·MBC·SBS는 「형식은 합동중계, 내용은 개별중계」식의 독특한 방법을 채택했다.
방송3사가 현지에서 전 종목 경기를 분담해 모두 녹화한 뒤 이중 필요한 내용만을 추려내 위성을 통해 국내에 중계한다. 국내에서는 이를 받아 방송사간의 중복편성을 피해 방송함으로써 개별중계 때와 같은 효과를 보는 식이다.
이같은 중계방식은 녹화물에 적용되며 생방송은 형식을 달리한다. KBS·MBC의 생방송을 SBS가 같은 시간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중계를 하지 않는 SBS를 견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취재인력과 중계권료의 차이와 무관치 않다.
KBS는 7백50만달러의 중계권료 가운데 TV몫인 7백12만5천달러의 50%를, MBC는 30%를, SBS는 20%를 각각 분담했다.
현지중계를 위한 인력은 각 사가 당초 계획보다 다소 규모를 줄여 KBS가 89명, MBC 68명, SBS 29명으로 결정됐다. 이들은 스포츠중계와 취재를 맡을 기자·PD·아나운서·해설자·기술진으로 짜여졌다.
각 사는 현지 TV방식이 NTSC식인 국내와 달리 PAL방식을 사용하고있어 현지에서 카메라와 녹화기 등의 장비를 임차해 사용할 계획이다.
선수 개개인의 숨소리까지 잡아내며 그 어느 대회 때보다 현장감을 최대한 살릴 것으로 보여 이번 올림픽이 방송기술부문의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높다. 반면 이에 못지 않은 방송내용의 발전과 우리 나름의 시각을 가진 현지중계방송이 돼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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