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앞서 흥분 한방 맞고 "폭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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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챔피언 곤살레스와 도전자 김광선의 타이틀전은 프로복싱의 묘미를 보여준 한판승부였다.
처음부터 줄곧 기량과 스피드면에서 우세를 보이면서 10라운드까지 리드하다가 막판 들어 승리를 자신한 나머지 선수와 세컨드가 흥분, 냉정을 잃은 경기운영 미숙으로 한방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김광선의 확실한 우세였다. 11회 김광선이 한차례 다운을 당했음에도 불구, 점수에서는 3-0(1백4-1백3, 1백5-1백3, 1백5-1백3)로 이기고 있었다. 챔피언은 역시 노련했고 김에게는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체급을 올려 다시 한번 세계정상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WBC의 에드워드 탄가라자 감독관(태국)의 평가.
김광선 본인도 『12회 직전 점수에서 앞서고있다고 판단했다. 11회 다운을 허용한 것을 만회하고 확실한 우세를 잡기 위해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 밀어붙인다는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은 84년 LA올림픽 때 라이트플라이급으로 출전했으나 86년 아시안게임 때부터 체급을 올렸고 88올림픽 금메달도 플라이급. 따라서 이번 라이트플라이급 도전은 7년만에 다시 체급을 내린 것이어서 경기직전 1㎏정도를 무리하게 뺀 것이 막판 체력저하를 초래했다는 결론.
김은 이날 패배로 국내 올림픽금메달리스트 3명(신준섭·박시헌) 중 유일하게 프로에 뛰어들어 동양최초로, 세계적으로는 18번째로 아마·프로 동시석권의 꿈이 적어도 1차적으로는 무산된 셈이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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