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합섬 탁구신예 활약에 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초여름을 맞은 실업탁구계에 화제가 무성하다.
관록의 제일합섬 남자팀이 세대교체에 성공했는가하면 대우증권 남자팀은 남고랭킹1, 2위 선수를 모두 스카우트, 득의만만하다.
그러나 만년하위권을 맴돌던 국정교과서 남자팀의 해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지난해 10대 깜짝 복식콤비로 이름을 날렸던 제일모직 여자팀의 박해정(박해정) 곽채숙(곽채숙)조가 곽이 뜻밖의 집안사정으로 라켓을 손에 놓게되는 바람에 해체가 불가피, 탁구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있다.
김완, 김기택 등 세계적 스타들을 배출하며 한국남자탁구를 이끌어온 제일합섬은 올해 입단한 박상준(18), 이상준(19), 강옥성(19) 등 10대 트리오의 맹활약으로 대통령기(4월)와 실업연맹전(5월)을 거푸 석권, 유망주 부재에 시달려온 탁구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케이스.
지난해 고교랭킹1위로 올해 상비1군 자리에까지 오른 왼손드라이브 주전의 박상준, 김택수(대우증권)를 연상시키는 파워드라이브의 이상준, 화려하진 않지만 큰 승부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 강옥성 등이 실업초년병 삼총사로 분투, 지난90년 제5회 탁구최강전 우승이래 무관의 수모를 겪어오던 제일합섬팀에 올 시즌 2관왕의 영예를 안겼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서 독기 어린 강훈으로 한국남자탁구팀을 우승고지에 올렸던 악바리 강문수 감독은 모처럼 찾아온 1등 성적표에 눈물까지 글썽거렸을 정도.
70년생 트리오 김택수, 강희찬, 김석만을 내세워 지난해 실업6관왕의 괴력을 발휘했던 대우증권은 최근 김석만이 군입대한 공백을 올해 고교졸업반 중 최대어로 꼽히는 왼손펜홀드 드라이브전형의 김영진(마산 합포고), 2인자 임창국(신진공고)의 스카우트 성공으로 메우고도 남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말 재력있는 실업팀들을 제치고 유망주 4인방(김금녀·박선희·원순옥·이상경)을 스카우트, 화제가 됐던 외환은행 여자팀이 올해 또다시 고교랭킹1위인 이주연(성보여상)을 2천만원이 넘는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팀 중 최강으로 올라설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
감독이하 선수전체가 촉탁근무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각종대회에 빠짐없이 참가, 기대이상의 파이팅으로 남자탁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국정교과서팀은 최근 회사측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체를 추진, 충격을 안기고있다.
국내 남자실업팀은 군팀인 상무를 제외하곤 제일합섬·동아증권·대우증권 등 3개 팀밖에 남지 않게 돼 이처럼 좁은 무대에서 꿈나무 육성, 세계제패 운운하며 기대를 거는 것이 오히려 우습지 않겠느냐는 탁구인들의 자조섞인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제6회 탁구최강전에서 세계최강의 현정화 홍차옥(이상 한국화장품)조를 한달 사이 무려 세 차례나 격파, 파란을 일으켰던 박해정·곽채숙 복식조의 주역 곽채숙이 홀어머니 김옥수(49)씨의 간호로 자칫 탁구를 그만둘 처지에 놓인 것도 탁구계를 우울케 하는 소식.
90년 학생종별선수권 여자단식 챔피언으로 제일모직 입단 1년만에 주전자리를 꿰차며 장래가 촉망되던 곽은 지난 3월 어머니 김씨가 신부전증으로 쓰러진데다 단 하나뿐인 오빠 곽채웅(27)씨마저 어머니의 치료비마련을 위해 막노동을 서슴지 않다 과로로 몸져 눕게돼 라켓대신 살림을 도맡아 꾸려가야 할 딱한 형편에 놓였다.
지난89년 아버지(곽재룡)의 부음도 못 듣고 인도에서 벌어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 단체전과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비운의 기대주 곽을 위해 홍순화 등 팀 동료들이 최강전에서 받은 상금1백만원을 정성으로 전달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안돼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다. <유상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