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차량 노인단속반 큰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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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보게 젊은이, 이곳에 주차하면 안되네. 청소차나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지 않는가….』
요즘 부산 사하구와 서구지역의 골목길 등 이면도로에는 「주차질서」라고 쓴 푸른색 완장에 부산시 마크가 새겨진 붉은색 모자차림의 노인들이 삼삼오오 싹을 지어 다니며 주차하면 안될 곳에 주차를 못하도록 하거나 이미 주차된 차는 주인을 찾아 옮기도록 해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사하구청 경로당 노인들이 이면도로 주차계도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달 4일부터.
마이카 붐속에 승용차구입 주민들이 급증, 주택가 골목길 등 이면도로가 모두 주차장으로 변해 청소차와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단속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공무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무단주차 계도활동을 지역노인들에게 맡긴 것이다.
관내13개 동 가운데 이면도로의 무단주차가 특히 심한 감천2동·괴정2동·당리동·장림2동·감천1동 등 5개 동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사하구의 이면도로 주차계도활동엔 동 단위 지역노인회가 추천, 동장이 선임한 노인 5∼6명씩 모두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루에 법정취로사업 노임과 같은 액수인 1만2천원씩 받는 계도요원들은 대부분 지역실정에 밝은 60, 70대의 할아버지들로 매주 월·수·금요일 3일씩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8시간동안 활동하고 있다.
2∼3명이 한 조가 돼 폭6m이상의 주택가골목 등 이면도로를 누비며 무단주차를 하려는 차량의 운전자에게는 『이곳에 주차하면 긴급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므로 다른 곳에 주차해달라』며 점잖게 타일러 차량통행에 지장이 없는 곳으로 유도하고 무단주차 차량은 주인을 찾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는 한편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주차위반 경고장을 부착한다. 이들 노인들이 한달동안 부착한 경고장은 7백50여장, 현지 계도차량은 6백여대.
특히 괴정2동의 경우 대티고개 산수탕∼정원사 입구사이 도로 5백m의 구간에는 밤이면 길 양쪽에 차량들이 무단 주차하는 바람에 청소차 진입이 불가능해 1천여 주민들이 새벽마다 큰길까지 쓰레기통을 들고 나가 버리는 불편을 겪었으나 6명의 계도요원이 퇴근시간대인 오후8시부터 자정까지 중점 계도한 결과 이젠 청소차가 들어갈 수 있게돼 주민들이 더욱 반기고있다.
서구청도 지난 4월28일부터 18개 동에 반별로 60세이상 노인 10명 안팎씩 모두 1백99명을 주차계도요원인 「골목 할아버지」로 위촉, 무보수 자율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곧 보수를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며 사하구청도 노인들의 주차계도활동이 성과를 거둠에 따라 곧 관내 전지역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괴정2동 주차계도요원으로 활동중인 김홍섭 할아버지(71)는 『건강을 걱정한 식구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지역을 위해 일해보기 위해 계도활동에 참여했다』며 『처음엔 젊은이들이 뜻을 몰라주고 항의하기도해 어려움이 있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호응도가 높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강진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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