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 풍경] 몸빼와 타워팰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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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부촌(富村)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름이다.

타워팰리스 사우나에 한 노파가 '몸뻬'차림으로 나타났다. 채소 바구니를 머리에 인 시장 아주머니들에게나 어울리는 몸뻬와 타워팰리스는 뭔가 연상이 잘 안 되는 조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웃집 몸뻬 노파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타워팰리스 주민은 없다. 서민들의 눈에 비치는 타워팰리스라는 '이방인(?) 지대'에서도 몸뻬는 우리의 흔한 모습 그대로이고 '속 단면'이다.

다른 타워팰리스 주민은 "전기료 때문에 화장실 비데 전원을 끄느라 바쁘다"고 고백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화장실 변기 물통에 벽돌을 집어넣는 주민도 산다. 귀가(歸家)하면서 택시기사에게 "타워팰리스 가자"는 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차라리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내려 일부러 걷는 것이 속 편하다"는 내 친구의 증언은 우리의 굴절된 사회상을 반영한다.

아파트 투기는 분명 사회악이다. 이젠 급전직하하는 건설경기를 걱정하게 됐지만 아파트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방향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시가(時價)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재산세제의 모순 해소가 그 요체였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재산세 징수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과 그 큰 틀을 제시하고 있는 중앙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세 인상 추진은 관계 사실을 제대로 따져 본 뒤 조정돼야 한다.

행자부안에 따라 세금을 올리면 전체 평균 인상률이 25%가 될 것이라는 게 행자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제대로 계산하면 그 인상률이 전체적으로는 45.4%에 이르고 공동주택의 경우 무려 1백10.2%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어찌됐건 이번 세금 인상으로 일반 국민의 부담은 '적어도 25%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일부 부유층 투기꾼들에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으나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 추가 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대부분의 중산층 서민들에겐 25% 인상도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울시는 "면적이 작으면서 국세청 기준시가가 높은 아파트에 대한 가산율이 높은 행자부 안대로 하면 강남북 모든 지역에서 30평형대 중산 서민의 세 부담 인상률이 1백88.4%로 커지는 '세 부담 역진성'이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엉뚱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세청 총액 기준에 의한 시가 가감산율'을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서울시 입장에 대해 중앙 정부가 당초 안을 고집하며 '개혁'이라는 '정치적 마패'를 들이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엄연한 사실을 외면한 채 막연한 국민정서나 표를 의식한 정책은 '균형을 상실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양봉진 세종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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