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옷한벌 안산 살림꾼|박찬숙씨(농구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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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기스포츠의 스타플레이어 하면 인기연예인 못지 않게 화려한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고액의 연봉(또는 월급)으로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어디를 가나 따르는 팬들이 줄을 잇고 팬레터도 매일 수십통씩 받는 선수가 즐비해 유명연예인들 못지 않은 스폿라이트를 받는다.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총아로 자리잡은 한국여자농구의 슈퍼스타 박찬숙씨(33·태평양화학 농구팀 코치 겸 선수). 박씨도 한국농구가 배출한 유명 스타임에는 틀림없으나 지독한 근검생활로 농구계에서는 기량 못지 않게 소문난 「살림꾼」으로 정평이 나있다. 웬만한 대학선수들도 다 갖고 있는 흔한 자가용 한대 없고 옷이라야 청바지 몇 벌과 T셔츠 등이 전부. 화장은 스킨로션 1∼2병이 전부이며 그나마도 여름에는 땀이 난다는 이유로 바르지 않고 있다. 특히 입술이나 눈화장 등은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
박씨와 태평양화학 서성환 회장 사이에 최근 있었던 일화 한 토막. 서 회장은 지난 4월 대만실업농구팀에서 활약하다 휴가를 이용, 서울에 체류 중이던 박씨의 근황을 측근으로부터 보고 받고 즉각 스카우트를 지시했다는 것. 이유인즉 『그래도 태평양화학이 데리고 있던 한국 농구의 대들보인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편(37·중화항공 김포지점 근무)과 떨어져 있다니 가슴아프다. 대만팀(남아플래스틱)에서의 보수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그 돈을 주고 팀에서 코치나 선수로 쓰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후문.
박씨는 결혼 후 오로지「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편의 품을 떠나 대만 팀의 기숙사에서 외동딸(7)과 함께 타향살이를 해오고 있던 터였다. 서 회장의 배려로 감독보다 더 나은 대우인 월2백50만원을 받고 5월부터 「태평양사단」에 합류한 박씨는 입단 후에도 돈을 아끼기 위해 창동 집에서 서초동 숙소까지 버스를 갈아타는 내핍생활을 강행했으나 구단측이 최근 에스페로승용차를 선물한 덕분에 마이카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박찬숙은 『결혼해서 옷 한벌 산적 없어 출근 때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차가 있으니까 옷에 신경 쓰지 않게 돼 다행』이라며 웃는다. 자가용이니까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근할 수도 있기 때문.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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