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서울 PKM갤러리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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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한 꿈, 계획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것들, 지금은 의미가 없어진 유토피아를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서울 화동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이불(43.사진)은 "3년간 준비해 온 대형 기획전의 컨셉트를 보여드리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11월 프랑스 파리의 카르티에재단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할 계획이다. 이번 PKM 전시엔 이를 위한 작품의 개념을 보여주는 미니어쳐를 내놨다. 또 소장자들을 위해 알루미늄과 브론즈로 만들어진 소형 조각과 벽면 설치도 여러 점 준비했다. PKM 박경미 대표는 "외국 유명작가들처럼, 큰 전시를 앞두고 컬렉터들에게 작품제작비 후원을 받기 위한 전시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불은 "카르티에 미술관은 천장 높이가 7m에 이르는 데다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어 작품을 설치하기가 까다로운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좌절한 유토피아의 꿈을 담은 나만의 거대한 서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내 작품이 유럽 중심의 근대와 유토피아를 얘기했다면 이번엔 거기에 한국의 근대사를 섞어서 함께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이 8m의 대형 욕조에 검은 잉크를 채울 예정인 '(백두산) 천지'가 그런 예라고 한다. "막연한 이상향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합쳐서 표현했다"고 한다.

이불은 '보자기 작가' 김수자(50)와 함께 백남준 이후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인 작가로 꼽힌다. 1997년 한국인 최초의 뉴욕현대미술관(MoMA) 개인전, 199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후고 보스 미술상 최종 후보,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등의 경력이 그렇다. 지난달엔 스페인 살라만카 미술전 개인전을 마쳤고 현재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고, 9월엔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초청됐다. 2009년부터 3년간 유럽, 미국, 아시아를 도는 회고전도 예정돼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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