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고맙습니다."
80년 우승 당시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스탠드에 있던 관중이 경기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했다.
"어떤 아저씨가 목마를 태우더니 경기장을 한 바퀴 돌더군요. 그만큼 고교야구가 인기 있었어요. 동대문야구장의 낯익은 모습들이었죠. 우리 세대의 향수가 깊이 묻어 있는 곳이에요."
80년대까지 동대문야구장 근처에는 여관이 많았다.
"동대문야구장에서 을지로 쪽으로 가다 보면 양미장과 동양여관이 있어요. 30년 전에도 있던 여관들이에요. 지금도 옛 생각이 나면 그 앞에 가보곤 해요. 지금 선수들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잠시 머물죠.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허 감독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투수 김병현이었다.
"선생님 '파이팅'입니다. 금일봉도 보냈어요."
95년 허 감독은 3학년 3루수 서재응(탬파베이 데블레이스), 2학년 투수 김병현, 1학년 1루수 최희섭(데블레이스)을 이끌고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대통령배 결승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김병현이 '우리 때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라'고 격려 전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화에 부응해 기어코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강인식.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