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들 'IT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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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저는 잘 있어요. 곧 어버이날인데 이렇게 인사를 드리네요."

지난 3월 말 캐나다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떠난 김지연(23)씨는 요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일상 생활을 담은 사진들을 부지런히 올리고 있다. 먼 곳에 딸을 보내놓고 걱정하는 부모를 생각해서다. 특히 미국에서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이후엔 더 자주 글과 사진을 올린다. 김씨의 부모도 미니홈피에 거의 매일 접속해 딸의 근황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곤 한다. 해외 유학.연수, 파견 근무, 이민 등으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족이 늘고 있다. 기러기족에겐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가족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기. 미니홈피나 인터넷전화.화상통화를 잘 활용하면 그나마 그리움을 달랠 수 있다.

기러기 아빠로 대구에서 외제차 영업팀장으로 근무 중인 박상효(44)씨는 지난해 자녀의 인도 유학을 준비하면서 포털 사이트에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이들의 카페엔 그동안의 추억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가족뿐 아니라 자녀의 학교 친구와 가까운 친척까지 카페에 가입해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정씨는 "전화 연결이 잘 안 될 때엔 카페에 메시지를 남기면 쉽게 연락이 닿는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귀국하면 카페가 유학 생활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후 호주로 이민 간 이민영(28)씨의 경우는 안부 전달 수단으로 '소프트 폰'을 쓰고 있다. 소프트 폰은 인터넷 메신저에 전화 기능을 더한 인터넷 전화다. 최근엔 인터넷 영상 전화로 임신한 모습을 한국에 있는 시댁 식구들에게 보여줘 덕담을 듬뿍 들었다.

소프트 폰은 사용법이 간단하고 요금도 저렴하다. PC에서 스카이프.아이엠텔.네이버폰.네이트온폰 등의 사이트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 통화를 할 수 있다.

네이버폰은 미국.중국.일본 등 통화가 집중되는 해외 12개국 국제 통화를 10초당 14원에 할 수 있으며, 네이트온폰은 미국엔 1분당 78원, 캐나다엔 1분당 81원으로 걸 수 있다. 스카이프.아이엠텔은 미국.중국 국제 통화료가 1분당 21원이다.

통화 상대방 PC에 같은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다면 무제한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 통화를 하려면 헤드셋이 필요한데 일반 제품은 3000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무선 헤드셋은 2만원, 블루투스 헤드셋은 3만원 정도 한다. 1만원 안팎의 웹캠을 갖추면 이씨처럼 영상 통화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프트 폰으로 해외 유선전화나 휴대전화에 통화할 경우에도 일반 전화나 휴대전화를 쓰는 것보다 최고 90% 이상 요금이 싸다. 이때는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결제를 이용해 미리 이용요금을 충전해야 한다.

최근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되면서 휴대전화로 해외 동영상 통화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회사원 이정우(35)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인 아내와 종종 휴대전화로 동영상 통화를 한다. 국제 동영상 통화를 할 경우엔 10초당 30~180원의 통화료에 1분당 1000~1500원의 로밍비가 추가된다.

이씨는 "서울에 있는 네살박이 아들이 아플 때 동영상 통화로 아내와 상의하면 큰 도움이 된다"며 "아내는 파리 근교를 여행할 때 동영상 통화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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