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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소풍] 맛있게 얌얌 … 싸니까 여유만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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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과 짙푸른 초록, 형형색색 예쁜 꽃. 아이들 손잡고, 어른 모시고 나들이하기 좋은 때다.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사는 안상희(36.사진(中)) 주부도 다섯 살 민채(여)랑 네 살 세훈(남)이를 위해 인근 공원으로 주말 나들이를 계획했다.

그러나 모처럼 봄 공기를 가슴에 담는다는 설렘도 잠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스트레스는 다름 아닌 도시락 준비다. 결혼 8년차라곤 하지만 맞벌이 생활을 청산한 지 불과 1년. 전업주부 경력으로 따지면 생초보인 셈이다. 남편은 계란 몇 개 부치고, 있는 김치만 담으면 된다고 하지만 밑반찬이라도 한두 가지 챙기다 보면 시간이 후다닥 흘러갈 건 뻔한 일. 들뜬 기분에 시작한 피크닉 준비는 아이들에 치이고 서투른 요리 솜씨에 시간만 흐르다 출발도 하기 전 주부 스스로 녹초가 돼버리기 십상이다.'도시락 싸는 부담이라도 덜면 주부도 황금 같은 봄 소풍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 '도시락 싸기'가 아닌 '도시락 사기'다.

사실 도시락 사기가 '싸기'보다 돈은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허둥대며 도시락을 챙겨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가족 나들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큰 매력이 있다. 게다가 음식 냄새 맡으며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맛있고 멋진 도시락을 꾸밀 수 있다. 기분에 따라선 한.중.일.양식을 넘나들며 마음대로 메뉴를 정할 수도 있다.

안씨가 '도시락 사기'로 마음을 정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도시락 전문점이나 편의점. 업체나 브랜드별로 다양한 도시락 상품을 갖추고 있으나 인근 직장인을 상대로 한 간편식이 대부분이다. 엄마가 손수 장만했다는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했다. 그렇다고 서울 강남의 고급 음식점이나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취급하는 도시락 메뉴는 값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식품매장에서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상품이다. 메뉴가 다양하며 고급스럽고 즉석에서 조리해 위생에도 걱정이 없다고 판단해 가까운 S백화점을 찾아가 피크닉 음식 박스를 준비했다. 외국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과 딸아이를 위해서는 양식 메뉴, 밥 없이는 못 사는 자신과 아들을 위해선 한식 메뉴를 각각 준비하되 시간이 지나거나 식어도 신선함과 맛이 떨어지지 않는 메뉴에 초점을 맞췄다.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와 볶음 야채, 알 감자 샐러드가 들어간 햄버거 세트(7500원)는 남편용, 통통한 새우와 햄.소시지가 들어 있는 오므라이스(6500원)는 아이들을 생각해 장바구니에 담았다. 채소 쌈밥(6000원)과 꼬마김밥(2000원)도 추가했다. 각종 웰빙 채소로 만든 쌈밥은 장을 볼 때마다 '한번 사 먹어 보고 따라 만들어 봐야지'하며 벼르던 메뉴. 콩나물국까지 곁들여줘 택했다. 채소를 잘게 다져 넣은 꼬마 김밥은 오가는 길 차 안에서 아이들이 보채면 주려고 챙겼다. 여기에 남편 맥주 안주로 연어샐러드(1만원)까지 더해 나들이 음식을 장만하는 데 든 비용은 모두 3만2000원. 쇼핑을 마친 안씨는 "집에서 도시락을 쌌다 해도 이것저것 재료를 사다 보면 이 정도 비용은 들었을 것"이라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유지상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여기가 괜찮아요 - 안상희 주부 추천

■ 베키아 앤 누보(명동점)=조선호텔에서 운영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점. 샐러드.샌드위치.볶음밥.바비큐.닭다리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1인분에 1만원 정도를 예상하면 무난한 도시락을 구성할 수 있다. 실속 메뉴는 오므라이스.햄버거 등이 들어간 스페셜 런치박스(9500원). 어린이용(6500원)도 있다.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은 즉석에서 데워주고, 샐러드는 냉각제를 함께 넣어줘 싱싱함이 오래간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있다. 02-310-1244.

■ 소우조우=롯데 백화점 본점 지하식품 매장에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념치킨 주먹밥,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 주먹밥, 매콤한 맛의 고추장쇠고기 삼각김밥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밥을 판매한다. 한 개에 1200원부터. 02-772-3044.

■ 카페 소반(광화문점)=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비빔밥 전문점. 도시락으로 챙기기 어려운 비빔밥을 야외에서 별미로 먹을 수 있다. 내용물이 쏟아질 염려가 없는 역(逆)사다리꼴 종이상자에 비빔밥을 담아 주고 된장국과 물김치도 따로 챙겨 준다. 간장 두부 비빔밥, 구절판 비빔밥, 육회 비빔밥 등 다양한 비빔밥 메뉴가 6500원부터. 테이크아웃은 10% 할인해 준다. 광화문 오피시아빌딩에 있다. 02-730-7423.

■ 한솥 도시락=전국에 400여 개 점포가 있어 웬만한 곳에선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이용으로 귀여운 캐릭터 박스에 들어 있는 소불고기 도시락(2200원)과 닭다리 살로 만든 도시락(2000원)을 추천한다. 어른을 위해선 치킨마요덮밥(2300원)이나 새우 덮밥(3300원)이 싸면서 알차다. 02-585-1114.

■ 미가 도시락(서강대점)=배달 도시락 체인점으로 전국적으로 100여 개 점포가 있다. 밥.국.김치를 기본으로 불고기.생선가스.돈가스.새우맛살.고기만두 등 다양한 반찬으로 구성한 모듬도시락(5500원)이 인기메뉴. 제육 도시락(4000원)은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의 돼지고기 볶음을 맛볼 수 있다. 02-713-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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