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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본 올해 부동산시장] 잘 나가던 아파트 막판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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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은 어수선했다. 4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은 줄곧 부동산 시장을 맴돌았고, 집값 잡기에 혈안이 된 정부는 안정책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으로 돈이 쏠리는 '풍선효과' 때문에 아파트뿐 아니라 주상복합아파트.주거용 오피스텔.토지.상가 등이 지역별로 고루 열기를 뿜었다.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을 정리했다.[편집자]

올해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투전판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올해 분양권 전매금지,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20여건 이상의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런 대책은 발표 당시에만 효과를 발휘할 뿐, 집값 상승세를 꺾지는 못해 '한달짜리 정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에서 비롯된 상승세는 일반아파트까지 번졌고,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연쇄작용이 가을까지 계속됐다. 김포.파주 등 신도시 개발과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등 각종 개발계획은 집값 안정대책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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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의 여론이 쏟아지자 정부는 급기야 '주택 공개념'이라는 칼자루를 빼들었다. 우선 1단계인 10.29 대책이 나온 후 다주택자나 대출 낀 투자자들이 매물을 잇따라 내놓았고, 계절적 비수기와 맞물리면서 11월 이후 집값이 겨우 안정세에 들어섰다.

◆매매값 상승폭 지난해보다 줄어= 10월 이전까지 워낙 많이 올라 올 한해(1월~12월 16일 기준)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은 ▶서울 13.9%▶신도시 16%▶경기도(신도시 제외) 14.1% 등이었다(중앙일보조인스랜드.텐 커뮤니티 조사).

지난해 서울 30%, 경기도(신도시 제외)가 23% 상승한 것에 비하면 오름 폭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뒤여서 서민들의 체감 고통과 무주택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지난해 못지 않았다.

서울에선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몰린 강남.강동.송파구가 지난해 말보다 20% 이상 상승했고, 성동.성북.은평구는 뉴타운 개발 호재에 힘입어 10~12% 뛰었다.

재건축 아파트로의 돈 쏠림은 올해도 여전했다. 한햇 동안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는 21.5%, 경기도는 18.8%가 올랐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최고 40년으로 강화하고, 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 등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저밀도지구 등 사업일정이 빠른 곳에 오히려 투자자가 몰렸다.

신도시에서는 분당이 27.3%로 가장 많이 오른 반면 산본은 0.6% 오른 데 그쳤다. 분당에선 판교 신도시 개발과 학원단지 조성 발표로 9월 이후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고 한달 새 13%가 뛰기도 했다. 반면 산본은 특별한 호재 없이 지난 연말과 비슷한 시세를 유지했다.

경기도(신도시 제외)와 지방도 개별 호재가 있는 곳은 가격이 크게 올랐다. 평택(38.6%)과 오산(29.9%)시는 미군기지 이전 호재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도권 지하철 연장 개통과 동탄 신도시 재료가 있는 화성시가 1년새 22.6%, 고속철도 개통을 앞둔 광명시가 21.6% 뛰었다.

지방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바람이 거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전의 경우 1월부터 11월까지 38.5%나 뛰어 투기지역 지정이 무색할 정도였고, 같은 기간 충남(17.4%).충북(8.1%) 등도 오름 폭이 컸다.

아파트 분양권도 상승세를 보여 서울은 강남권의 인기를 바탕으로 35.2%, 수도권에선 광명.성남.수원.파주 등지가 상승세를 이끌며 8.4% 올랐다.

◆서울.신도시 전셋값 내려=지난해 상승 폭이 매매의 절반에 그쳤던 전세는 올 들어 서울.신도시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여름철 성수기만 반짝 상승세를 보였을 뿐 전반적인 약세가 지속됐다. 새 아파트에는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빈 집이 속출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부터 아파트 공급에 크게 늘었고, 이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때문이다. 싼 금리를 활용해 전세수요가 매매로 돌아선 것도 한 원인이다.

서울은 0.8%, 신도시는 1.9%, 경기도(신도시 제외)는 1.4% 하락했다. 서울은 재건축 이주 수요와 학군 수요가 몰린 송파.강동.강남구 등이 그나마 상승세였으나 양천.중랑.강북.구로구 등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광역시와 기타 지방권의 전세시장은 정반대다. 울산.대전.충남.충북.강원.제주 등지의 전셋값은 7~10% 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한 곳이 많았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신규 분양시장=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은 '전반기 강세, 하반기 약세'로 볼 수 있다.

5.23 조치로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기 전까지 서울 동시분양은 청약열기가 거셌다. 그중 서울 4차 동시분양에 나온 도곡 주공1단지 5백87가구는 최고 4천7백95대 1이라는 경이적인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대구.부산 등 광역시는 물론 경기도 양주와 같은 비인기 지역에도 떴다방이 출몰했고, 서울.수도권 거주자들의 원정투자가 잇따랐다.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던 제주시에도 도남동 대림 e편한세상의 경우 최고 17대 1을 기록하는 등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분양가도 치솟아 주변 시세보다 비싼 아파트가 속출했다.

하지만 10.29 대책 이후 청약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서울 11차 동시분양마저 3순위에서도 대거(공급물량의 22%) 미달 사태를 빚었다. 불패신화를 잇던 강남권 아파트도 절반 이상 미계약됐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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