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돌아온 체육강국 올림픽「4위」대야망|복싱·레슬링 강해 한국과 각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동경=이석구 특파원】지난 80년 모스크바올림픽이래 12년만에 올림피아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쿠바 스포츠의 실체가 밝혀졌다. 쿠바는 84LA, 88서울올림픽 등 두 대회에 정치적 이유로 불참을 고집해오다 이번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하게된 것이다. 특히 쿠바는 금메달 10여개를 획득해 미국·독일·CIS에 이어 종합4위를 노리고있어 역시 12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에는 가장 치열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쿠바스포츠의 요체는 철저한 「학원스포츠」. 유망주의 조기 발굴에서부터 국가대표로 육성하기까지 철저하게 국가에서 관리하는 엘리트 스포츠가 세계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굳힌 쿠바스포츠의 핵심이다. 더욱이 쿠바스포츠는 그동안 위세를 떨치던 동독 및 소련스포츠의 붕괴이후 세계 유일의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 국가다. 쿠바의 유력 종목은 단연 투기종목. 쿠바는 복싱 12개 체급 중 최소한 4개 이상 6개까지의 금메달을 거머쥘게 확실시되며, 레슬링 2개, 유도 1개 등을 합쳐 투기종목에서만 최소 7∼8개 안팎의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구기 종목 중에선 이번 올림픽부터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야구는 세계 최강이며 남·녀 배구 등이 금메달권에 접근해있다. 이밖에 육상·체조에서도 금메달 1∼2개 이상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지난 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는 금8, 은7, 동5개를 각각 따내 소련·동독·불가리아에 이어 4위를 마크했었다.
다음은 일본 스포츠 전문지인 『닛간 스포츠』가 처음으로 공개한 쿠바스포츠의 실체. 『닛간 스포츠』는 최근 그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금한 채 베일에 가려져 온 쿠바엘리트스포츠의 산실이라 할 선수촌을 취재하는데 성공, 6월1일자 올림픽 특집면에 소개했다.
▲선수촌=쿠바에서는 14개주마다 유망주를 집중 육성하는 선수촌이 별도로 있으며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돼 있는 곳이 수도인 아바나에 있는 아바나스포츠 학교 부설 선수촌. 정식 명칭은 「마르티네스디 발바도스 스포츠학교」.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담장을 온통 철조망으로 둘러놓은 게 특색이다.
엄격한 사전 심사를 거쳐 입교가 허용되며 현재 이 학교에는 7∼8세 3백명, 12∼18세 l천명이 연령별 조기 영재 훈련을 받고있다.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는 필요에 따라 개방한다는 것이 이 학교 리베라 교장의 설명. 이들을 지도하는 코치진도 엄청나 현재 1백62명이 상주한다. 선수 10명당 한명 꼴인 셈.
선수를 발굴·육성하는데 종목별로 나이차를 두어 수영·체조·배구·농구 등은 7세부터, 육상·야구 등은 10세부터, 그리고 나머지 종목은 11세부터 집중적으로 기초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시설=주마다 약간 차이는 있어도 시설은 대개 고루 갖춰져 있다. 아바나 선수촌의 경우 대체육관(농구·배구·신체조·역도)을 비롯, 야구장2개·수영장4개·탁구장2개·테니스코트5면·소체육관(체조 등)·격기장(복싱·유도·레슬링)·축구장·아이스링크·사이클벨로드롬·펜싱장·육상트랙경기장등 각 종목시설이 빠짐없는 데다 사우나실 등 부대시설도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심지어 체스경기장마저 갖춰 이곳에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치러냈을 정도.
▲생활=선수들은 모두 기숙사에 머물면서 합숙훈련을 받아야한다.
기숙사는 한방에 2단 침대로 60∼80명씩 수용하도록 설계돼 훈련 틈틈이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루생활은 오전엔 스포츠훈련을, 오후엔 학교수업을 각각 실시하며 이를 11일간 꼬박 반복 실시한 후 4일간은 휴가를 주는 사이클로 진행된다. 이를 위한 예산 3억페소(약3천1백억원)는 모두 국고로 충당하는데 이는 국가예산의 6%에 해당되며, 한국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액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