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도 못 찾았는데 정부는 말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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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 본관에 2일 낮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장병의 유가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다. 2002년 6월 있은 서해교전의 전사자 유족 10명과 동티모르 파병 순직자 유족 10명, 그리고 올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순직한 다산부대 고 윤장호 하사 부모 등 22명의 유족이 참석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유족들은 숙연한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위로를 좀 해 드리려고 모셨는데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려 안타깝다"며 "너무 엄숙해서 말을 못 하겠다"고 했다.

참석자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김하중(동티모르 파병 중 실종된 김정중 병장의 형)씨는 "동생의 시신을 아직도 못 찾고 있다"며 "부모님은 명절만 되면 눈물로 지새는데 국방부에선 아무 말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미국은 6.25 전사자들도 돈을 들여 시신을 찾는데 동생 시신을 찾지는 못할망정 이렇다 저렇다 말씀은 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가 말을 하는 동안 옆자리에 앉은 모친 장홍여씨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했다. 배석했던 김장수 국방부 장관도 눈물을 흘렸으며, 송영무 해군참모총장은 일어나 장씨의 눈물을 닦아 주며 위로했다. 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김씨의 발언을 메모했다.

유가족들의 고충을 들은 뒤 노 대통령은 "국가보훈제도가 부족함이 없는지 살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가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순직 장병의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첫 해인 2003년 4월 동티모르 파병 중 순직한 군인 유가족들을 초청한 데 이어 4년 만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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