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군 임무수행 중 순직한 장병의 유가족을 청와대 오찬에 초청했다. 오찬에 참석한 장홍여씨(동티모르 파병 중 실종된 김정중 병장의 모친)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노 대통령은 "대통령을 몰아붙이면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대통령 흔들기에 몰두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러나 그것으로 국민 지지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으며 자기의 정치적 자산이 필요하다"고 대선 주자들에게 충고했다.
노 대통령이 올린 글은 두 편이다. 하나는 지난달 23일, 또 하나는 재.보선 뒤인 지난달 27일 작성했다. 노 대통령은 글머리에 "최근 우리 정치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오로지 대선 승리와 국회의원 선거만을 계산한 얄팍한 처신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작성한 글에서 노 대통령은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운찬(지난달 30일 불출마 선언).손학규.이명박.박근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을 전방위 비판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 대선주자 6계명=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려는 지도자가 취할 행보로 ▶과감하게 투신하라▶저울과 계산기는 버려라▶소신과 정책을 말하라▶대통령이 되려면 정당에 들어가라▶경선을 회피하지 마라▶대의명분을 내세워라 등 여섯 가지를 강조했다.
"정치는 남으면 하고 안 남으면 안 하는 '장사'가 아니다. 먼저 헌신하고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도전하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잘못한 일은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반사적 이익만으로 정치를 하려 해선 안 된다. 대안도 말하지 않고 국민들 불만에 편승하려는 건 소신도 아니고 대안도 아니다. (정치에서) 거저 먹으려 하거나 무임승차해선 안 된다.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 4.25는 열린우리당의 패배=노 대통령은 4.25 재.보선에 대해선 "왜 한나라당 참패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열린우리당의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라고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4.25 재.보선의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모호한 처지에 빠져 있다.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대통령은 이미 당에 없으니 대통령 책임을 들고 나오기도 어렵다.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대선에서 각 정치 세력이 조직을 형성해 건전하게 맞서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수준 높은 정책 대결이 가능하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