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먹으려 하거나 무임승차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이 2일 군 임무수행 중 순직한 장병의 유가족을 청와대 오찬에 초청했다. 오찬에 참석한 장홍여씨(동티모르 파병 중 실종된 김정중 병장의 모친)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보다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라며 "가치와 노선보다 이해 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선거에서도, 역사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정치 이렇게 가선 안 됩니다-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고언'이라는 글에서 "열린우리당은 지금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을 겨냥해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길을 찾자는 속셈이 아니었는가 싶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을 몰아붙이면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대통령 흔들기에 몰두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러나 그것으로 국민 지지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으며 자기의 정치적 자산이 필요하다"고 대선 주자들에게 충고했다.

노 대통령이 올린 글은 두 편이다. 하나는 지난달 23일, 또 하나는 재.보선 뒤인 지난달 27일 작성했다. 노 대통령은 글머리에 "최근 우리 정치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오로지 대선 승리와 국회의원 선거만을 계산한 얄팍한 처신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작성한 글에서 노 대통령은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운찬(지난달 30일 불출마 선언).손학규.이명박.박근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을 전방위 비판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 대선주자 6계명=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려는 지도자가 취할 행보로 ▶과감하게 투신하라▶저울과 계산기는 버려라▶소신과 정책을 말하라▶대통령이 되려면 정당에 들어가라▶경선을 회피하지 마라▶대의명분을 내세워라 등 여섯 가지를 강조했다.

"정치는 남으면 하고 안 남으면 안 하는 '장사'가 아니다. 먼저 헌신하고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도전하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잘못한 일은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반사적 이익만으로 정치를 하려 해선 안 된다. 대안도 말하지 않고 국민들 불만에 편승하려는 건 소신도 아니고 대안도 아니다. (정치에서) 거저 먹으려 하거나 무임승차해선 안 된다.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 4.25는 열린우리당의 패배=노 대통령은 4.25 재.보선에 대해선 "왜 한나라당 참패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열린우리당의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라고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4.25 재.보선의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모호한 처지에 빠져 있다.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대통령은 이미 당에 없으니 대통령 책임을 들고 나오기도 어렵다.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대선에서 각 정치 세력이 조직을 형성해 건전하게 맞서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수준 높은 정책 대결이 가능하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