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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보사노바의 아버지' 조빙 기념관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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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조빙 기념관에서 한 관광객이 브라질의 자연을 담은 풍경 사진을 보고 있다. 왼쪽 큰 사진 속 인물이 조빙이다. [리우데자네이루=정현목 기자]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아티스트인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1927~94). 그가 20세기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보사노바의 아버지'라는 상투적 수식어로 담아낼 수 없다.

조빙의 묵직한 존재감은 리우데자네이루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로 느낄 수 있다. 미국 뉴욕의 국제공항이 미국인이 존경하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JFK'공항으로 불리듯이 리우 국제공항의 이름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공항이다. 상파울루의 조빙 터널과 조빙 거리 등 브라질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렇듯 조빙은 브라질 국민에게 널리 추앙받는 예술인이자 정신적 지주다.

특히 올해는 조빙이 태어난 지 80주년이 되는 해. 유럽의 대표적 재즈밴드인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가 조빙의 보사노바 명곡을 담은 기념 앨범 '사우다지(진한 그리움)'를 내놓기도 했다.

조빙은 1960년대 이후 보사노바(새로운 경향)라는 새로운 음악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켰다. 70년대부터는 보사노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며 재즈.팝 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중순 리우의 이파네마 해변 근처에 있는 그의 기념관(조빙 인스티튜트)을 찾았다. 기념관은 식물원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기념관은 2001년 조빙의 자녀들이 리우 도심에 처음 설립했으나 지난해 말 이곳으로 옮겨왔다. 식물원에 둥지를 튼 기념관이 이채로웠다. "아버지는 자연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계셨어요. 음악도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죠. 실제로 아버지의 작품 중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노래한 게 많아요."

조빙의 딸이자 화가인 엘리자베치 조빙은 이렇게 아버지를 추억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벽면 두 개를 장식한 사진 액자들. 조빙의 부인 아나 조빙이 브라질 전역을 돌아다니며 찍은 풍경 사진을 전시해 놓은 것이다.

새 모양의 악기들

조빙은 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곳에 전시된 새 모양의 악기들(사진)은 그가 직접 만들어 작곡할 때 사용했던 것이다. 음악적 영감이 떠올랐을 때 휘갈겼던 낙서와 시, 그리고 가사를 적은 손때 묻은 종이에서는 거장의 음악적 고뇌가 물씬 풍겼다.

엘리자베치는 "아버지가 보사노바를 처음 내놓았을 때 전통 리듬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보사노바가 사랑과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평가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빙 인스티튜트는 조빙의 '자연 사랑'을 이어받아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각급 공립학교에 자연 다큐멘터리 비디오테이프와 꽃씨를 넣은 상자 '톰 두 판타나우'를 10년 넘게 보내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음악을 통해 배우자는 취지다. '물의 날' 등에는 유럽의 환경단체와 함께 자연과 음악의 소중함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조빙을 포함한 브라질 음악인의 작품을 디지털화해 보관하는 일도 주요사업 중 하나다.

기념관 입구에는 조빙의 '어록'도 새겨져 있다. 음악과 자연을 바라보는 조빙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무언가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생기고, 모든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산.나무.바다.새 등 자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삶이 아름답다. 그리고 세상은 살 만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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