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황복 "멸종위기"-공장폐수무차별 남획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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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임진강의 명물 황복이 사라지고 있다.
바다에 살면서 산란기 때만 민물로 올라와 알을 부화하는 회귀성 어종인 황복은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산란기인 4∼5월이면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 강 일대는 가위 황복의 천국이었다.
『이제는 온종일 그물질을 해도 황복 두세 마리 찾기 어려울 정도예요. 모두 강물 오염 때문이지요.』
임진강 주변 어민들의 말.
임진강은 10넌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맑아 강물을 그대로 퍼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으나 지금은 2급수(BOD 1PPM초과 3PPM이하)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라는 것.
상류의 한탄강에 동두천 등지에 산재한 피혁공장 등에서 쏟아내는 폐수와 전곡 등지의 공장· 축산폐수 등이 유입돼 오염됐기 때문. 게다가 산란기의 황복을 무차별 남획한 것도 멸종을 재촉한 원인중의 하나다.
황복은 10∼20년전까지만 해도 한강·금강·섬진강·낙동강 등 남·서해안 하천 하류에서 골고루 잡혔지만 이제 임진강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댐이 건설되거나 오염이 심각해져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
일반 복과는 달리 옆구리 부근의 색이 황금빛을 띠어 이름이 붙여진 황복은 성어가 되기까지 4∼5년 정도 걸리며 성어의 몸길이는 20∼30㎝정도.
현재 황복이 서식하는 곳은 우리나라· 중국의 황해연안 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임진강 최하류∼자유의 다리간 악 15㎞ 수역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대는 모두 민통선북방 지역으로 군부대 출입허가를 방은 1백40여명의 어부들만이 황복을 잡고 있다.
이들은 5개 선단으로 나뉘어 파주군 장파리· 임진리· 장산리·반구정· 내포리 등 5개 구역에서 각기조업중이며 선단별로 0·5t급 목선을 10∼15척씩 보유하고 있다.
황복이 한창 잘 잡치던 60∼70년대까지만 해도 어부들은 2명이 한 조가 돼 배를 타고 나가면 하루 1백∼1백50㎏(약1백50마리) 정도를 잡을 수 있어 짭짤한 수입을 올렸으나 요즘은 하루 2∼3마리 잡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황복요리는 예부터 복요리 중 백미로 꼽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워왔다.
복회·복찜·복매운탕으로 대별되는 황복요리는 시원하고 구수한데다 담백한 뒷맛이 일품이었다.
특치 황복요리는 예부터 약용으로도 널리 애용돼 숙취 해소 등에 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솔개는 허리가 아프거나 담이 걸린데 쓰고 알은 말려서 치질치료용으로 사용돼 봤다.
이에 따라 매년 4∼5월만 되면 전국에서 미식가·한의원들이 황복을 구하러 임진강 일대로 모여들고 있으나 요즘은 위낙 귀해 선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
이 때문에 값도 무척 비싸져 1㎏ 가격이 6만∼7만원선.
최기철 서울대명예교수(82·생물학)는 『임진강 오염을 막아야만 황복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며 『수산법을 무시하고 강· 바다에서 산란기를 맞은 어족자원을 모두 잡는 행위는 엄격히 단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황해에서만 서식하는 황복의 멸종을 막기 위해선 시급히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진강=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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