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홍수 환경 망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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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번 쓰고선 버리는 각종 생활용품들이 봇물 터지듯 범람해서 자원낭비와 환경파괴를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은 풍요와 편의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탐닉이 낳은 피할 수 없는 인과응보다.
나무젓가락·종이컵을 비롯한 각종 주방용품과 카메라·볼펜 심지어는 기저귀·팬티에 이르기까지 1회용품은 최근 매년 20∼30%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해 매상만 해도 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음료수 자판기의 종이컵이나 목욕탕·숙박업소에서 제공되는 칫솔·면도기 등 멀쩡한 새것들이 한번쓰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린다.
경제성장정책의 추진으로 우리가 어느정도의 물질적 풍요와 편의를 누리게 되자 물건을 수리해서 알뜰하게 쓰는 절약이나 재활용을 오히려 부끄럽고 귀찮게 여기는 정신적 황폐와 타락에 빠져있다. 그 결과 유한한 자원의 낭비는 물론 쓰레기 급증에 의한 환경오염이라는 이중의 업보를 받게된 것이다.
이미 우리 국민은 1인당 쓰레기발생량에서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생활쓰레기의 많은 양을 차지하는 연탄재의 비중이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쓰레기 배출량은 늘고만 있다. 우리는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낭비와 그것이 환경오염으로 되돌아와 자기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낭비의 부메랑효과」에 대해 너무 무심하고 무감각하다. 산업쓰레기가 넘쳐 공장의 조업을 단축해야할 처지인데도 그것이 바로 우리들 자신의 낭비풍조의 결과임을 한사코 외면하려고만 든다.
낭비와 이로 인한 환경파괴를 방지하려면 지나친 풍요와 편의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이고 원천적인 처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식과 소비행태에 일대 변혁이 이뤄져야 한다. 안락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서는 지나친 풍요와 편의를 절제해야할 만큼 우리의 환경문제는 급박한 상황에 와있다. 앞으로의 환경의 개선없인 경제성장도 기할 수 없도록 국제경제질서가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 이점 정부의 국민계도와 산업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둘째는 최종적인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노력이다. 한번 맛들인 풍요와 편의를 축소할 수 없다면 그 부산물인 쓰레기를 영구적인 폐기물로 처분해 버리지 말고 다시 재생자원으로 활용하는 선진국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을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폐자원의 재활용이 원자재를 이용한 생산보다 시장경쟁력에서 뒤지는 약점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국민의 의도적인 구매로 보전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국민도 환경보전에 불가피한 부담은 낭비의 대가로서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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