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한국군 수석대표 거부 속셈/사상 첫 정전위무산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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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참석땐 「무장침투 책임 자인」 우려/정전위 존폐여부 시비 중대 계기될듯
북한측의 이번 군사정전위(MAC) 본회의 불참은 앞으로 있을 각종 남북회담은 물론 정전위 전체의 위상과도 관련,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제460차 본회의에 북한측이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은 일찍이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26일 유엔군축 정전위 대표단이 판문점 일직장교를 통해 회담을 제의했을 때 북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이번 본회의 불참을 강력히 시사했었다.
북한은 또 지난 22일 발생한 비무장지대 무장침투사건에 대해 「남측의 자작극」이라며 침투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기도 했다.
북한측의 이같은 일련의 반응은 북측이 만약 이번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무장침투사건의 책임을 스스로 시인하고 한국군 장성의 대표성을 인정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제460차 군사정전위 본회의는 휴전협정 조인(53년 7월27일)이후 39년만에 처음으로 절름발이 회담이라는 이변을 기록하게 됐다.
정전위 규정에는 어느 일방이 문서가 아닌 전화로 회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때 상대방은 날짜를 수정제의할 수는 있으나 회의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게 돼있다.
따라서 정전위회의가 북한측에 의해 회담도중 결렬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회의벽두부터 유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측의 이번 본회의 불참은 정전위의 존폐여부와 관련,중대한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25일 유엔사령부가 한국군 황원탁육군소장(54·한미연합사 부참모장)을 유엔군축 정전위 수석대표로 교체,임명하자 「당사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회의를 계속 거부해왔었다.
또 유엔참전국들로 구성된 군사정전위와 중립국 감독위원회 등 두개의 기구를 해체할 것을 강력히 희망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체코·폴란드 등 공산측 중감위 대표단 숙소에 전기·수도공급을 중단하는 한편 이들의 일상적인 교통편의마저 외면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이들 두 기구의 기능을 점차 약화시킴으로써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육군항공대 소속 헬기 4대가 조종사의 실수로 비무장지대 비행금지구역을 잠시 침범했을 때 북한이 예전과는 달리 정전위 소집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같은 전략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번 회의불참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남북간 휴전협정 위반사항을 다룸에 있어 더이상 유엔사 관할의 군사정전위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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