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비상…한 낮에 통금|가상 재난상황과 한국의 그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5월1일‥오늘부터 통행금지시간이 오전11시에서 오후3시까지로 1시간이 더 늘어났다.
피부암환자가 이미 3만명이상 발생하는 등 자외선에 의한 피해가 늘어나 어쩔 수 없다는 정부발표다.
피부를 햇빛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중무장을 하고 다녀도 강력한 자외선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모양이다. 오존층은 자꾸 없어져만 간다는데 큰일이다.
어차피 밖에 나가봐야 숨도 제대로 못 쉬는데 잠이나 더 자야겠다.
5월8일‥한번 산소를 주입하면 한 달을 쓸 수 있는 최신형 산소마스크를 구입했다. 보름에 한번씩 교환하기 귀찮았는데 조금 편해질 것 같다.
언제나 마스크를 벗고 시내를 활보할 수 있을까.
5월15일‥20년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잠자리가 강원도에서 발견돼 곤충학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야단법석이다. 잠자리가 어떻게 이 오염된 자연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 남아있었는지 참 신기하다.
어렸을 때도 시골에나 가야볼 수 있던 잠자리가 아직 살아있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다.
이상은 올해 태어난 갓난아기가 38세의 중년이된 2030년의 모습을 가상으로 꾸며본 일기체의 시나리오다.
상당히 황당하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지만 현재와 같은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이야기다.
피부암만 하더라도 80년대초에는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 중 0·1%에 불과했으나 90년에는 0·5%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가 보고된바 있으며 이는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의 증가에 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오존층은 10년마다 최고 2·9%씩 감소되고 있으며 자외선량은 6∼9%씩 증가해 피부암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견되고 203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가량이 백내장을 앓게 되리라는 계산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이산화탄소 등 소위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문제도 구조적으로 석탄이나 석유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도 클 뿐 아니라 책임도 무겁다.
우리 산업구조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석탄과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81·2%나 되고 여기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90년의 6천5백만t에서 2030년에는 1억9천만t으로 예상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온실효과로 인해 서울의 겨울철 기온이 지금보다 약6도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경우 생태계변화가 일어나 진딧물·멸강 나방과 같은 벌레의 월동이 가능해 연중 계속해서 농작물이 피해를 보게되며 해충이 전염시키는 열대성 바이러스병이 만연하게 된다.
대기오염은 산성비를 몰고 오고 산성비는 토양을 오염시키며 결과적으로 많은 나무가 멸종돼 서울 비원의 경우 이미 지난 5년 동안에 절반정도의 나무가 멸종될 정도로 산성비의 피해가 크게 나타나고있다.
더구나 매년 봄이면 중국으로부터 황사피해를 보고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이곳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의 10∼20%까지 덤으로 떠 안고있는 실정이다. <손장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