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해발 1600m고원야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웅대한 로키산맥 산록에서 호쾌한 프로야구를 즐기세요.」
해발 1천6백m의 고원도시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가 최근 구장개축을 계기로 프로야구 팬 유치를 위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덴버시는 내년시즌부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멤버로 참가하게될 콜로라도 로키스구단의 본거지. 이 구단의 홈구장격인 마일하이 스타디움(7만6천명 수용)은 해발 1천6백m고지에 위치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화제가 풍성해 벌써부터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스타디움은 현 26개 메이저리그 구장 중 가장 높은 고지의 구장으로 종전 최고지로 알려진 아틀랜타 스타디움(해발 3백50m)보다 무려 5배 가까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셈. NFL(미식프로축구)강호 덴버 브롱크스의 홈구장이기도 한 이 구장은 지난 48년 건설, 세 차례 개·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구장규모는 좌측펜스까지 거리가 3백30피트 (약1백1m), 중앙 4백20피트(1백28m), 우측 3백70피트(1백12m)로 비교적 넓은 편이다(로키스팀은 오는 95년 현재 건설중인 구아스 스타디움으로 홈구장을 이전할 계획이나 우선 몬태나 스타디움으로 애칭 되고 있는 이 구장을 임차해 사용한다).
이 구장이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마력」때문. 공기가 평지와는 달리 희박함으로써 타구는 훨씬 멀리 가고 홈런 또한 크게 늘어 게임마다 호쾌한 타격전의 양상을 띠게됨으로써 흥미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탓이다. 실제로 한때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에서 활약한바 있는 디프 존슨은 아틀랜타 브레이브스팀에서 활약하던 지난 73년 한햇동안 아틀랜타 구장에서만 43개의 홈런을 터뜨려 「고지구장 최다홈런」기록을 수립했었다.
이를 입증해주는 데이터 또한 흥미롭다. 덴버대 물리학교실의 톰 스티븐 박사가 발표한 실험결과 이 구장의 공기는 평지보다 17% 희박하다는 것. 그 결과 투구하는 볼의 바람·공기의 저항이 적어져 변화구의 곡선커브·폭은 작아지며 역으로 타구는 비행거리가 훨씬 길어진다는 설명. 실제로 평지에서의 커브·포크볼등 변화구는 곡선폭이 14인치(36㎝)인데 비해 이 스타디움에서는 고작11인치(28㎝)로 줄어드는 것이 실험결과 확인됐다. 반대로 타구의 비행거리는 1백m를 기준으로 대략 9m쯤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타자들은 대환영의 낯빛이고 반면 변화구위주의 투수들로선 울상을 짓기 십상이라는게 스티븐 박사의 진단이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달 이 구장에서 시범경기로 펼쳐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은 비단 이 같은 진단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2연전중 1차전은 애스트로스가 월등한 투수력을 앞세워 6-0으로 크게 이겼고 2차전은 화이트삭스가 4-2로 승리함으로써 당초 투수전보다는 타격전, 큰 점수차의 승부를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싱겁게 일단락되고만 것. 경기 후 애스트로스팀의 아도 하우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철저치 낮게 깔리는 피칭을 구사함으로써 타선폭발의 예봉을 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고 『고지라고는 하나 투수들은 역으로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충분히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콜로라도 로키스구단의 출범을 계기로 화제에 오른 이곳 「마일하이 스타디움」은 내년시즌 개막과 때를 같이해 부쩍 스폿라이트를 받게 될게 틀림없다. <전종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