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손학규 더 가까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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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06면

13일 ‘여의도 정치 복귀’를 선언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유사점이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월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 전국을 다녔다. 손 전 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을 연상케 한다.

인간적 호감 드러내며 사안마다 같은 행보 연대 가능성 솔솔

정책도 그렇다.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는 동안 손 전 지사는 북한과 경기도의 공동 쌀 경작을 이끌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단식까지 하며 반대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두 사람은 총론적 찬성 입장을 보였다. 정 전 의장 측 이재경 미디어공보팀장은 “평화ㆍ개혁을 지향한다는 점이 비슷하며 지지기반도 겹친다”고 설명한다.

정 전 의장은 무엇보다 손 전 지사의 탈당 국면에서 “어려운 결단을 존중한다”며 크게 힘을 실어줬다. 손 전 지사를 ‘보따리 장수’에 비유한 노무현 대통령이나 “손 전 지사와 나는 살아온 길이 다르다”고 선을 그은 김근태 전 의장과 차이가 뚜렷하다. 정 전 의장은 ‘155마일 철책선 평화대장정’을 진행하던 12일 손 전 지사가 업적으로 꼽는 파주 LG필립스 LCD 단지를 들러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장의 이런 행보는 두 사람의 상승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범여권 중심에 서온 정 전 의장과 제3 세력을 규합 중인 손 전 지사가 합치면 무대 자체가 커진다. 범여권 통합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범여권 대선후보 중 여론조사 1, 2위다. 정 전 의장이 호남, 손 전 지사가 경기 출신이라는 점에서 TK(대구ㆍ경북) 기반의 한나라당 ‘빅2’와 동ㆍ서 대결을 형성할 수 있다. 충청이 기반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까지 함께하는 ‘정ㆍ정ㆍ손’ 연대론이 거론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개인 호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전 의장 캠프의 정기남 기획조정팀장은 “2001년 정 전 의장 후원회에 손 전 지사가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서로 신뢰가 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의 탈당 직후 정 전 의장은 참모들에게 “손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에서) 나오라 해놓고 막상 나오니 ‘당신은 아니다’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14일 “손 전 지사의 선택은 이번 대선 승부를 꿈틀거리게 하는 단초가 됐다”며 “그의 이탈로 야당의 DNA가 분명해졌다”고 했다. 반한나라당 연대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둘의 친분에 대해선 “손 전 지사가 경기 광명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출마(1993년)했을 때 유권자로서 그를 찍은 게 첫 인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손 전 지사와 만나는 거야 언제든 가능하지만 (연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정 전 의장에게 (탈당 반응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맙다”며 “그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그러나 지금 내가 추구하는 ‘제3 지대’가 새 흐름을 만드는 일이라 처신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며 즉각적인 연대엔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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