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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메추 감독 단독 인터뷰] "한국팀 맡아 獨월드컵 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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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을 맡아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 돌풍'을 일으켰던 브뤼노 메추(49)감독이 한국행을 강력히 희망했다.

메추 감독은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 클럽에서 중앙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한국팀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알아인을 맡은 지 얼마되지 않아 사양했다. 내년 5월 말이면 계약이 끝나 한국으로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메추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지난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끈 메추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연말 코엘류 감독과 함께 대표팀(A팀) 감독 최종후보 두명 가운데 한명으로 올려놓았던 인물이다.[편집자]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1백65km 떨어진 알아인은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에 세운 도시다.

버스가 사막길을 달리는 동안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두 시간 뒤 도착한 알아인의 하늘은 높고 쾌청했다. 잎이 푸른 가로수들과 기분좋은 훈풍이 나그네를 맞았다.

알아인 클럽 축구장. 트레이드 마크인 치렁치렁한 파마 머리를 휘날리며 메추 감독이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다. 반팔에 반바지 운동복을 입은 그는 선수들 사이를 쉼없이 왔다갔다하며 영어로 뭔가를 지시했다. 훈련은 진지했지만 분위기는 자유스러웠다. 그는 선수들이 러닝을 하는 동안 직접 콘(위치를 표시하는 원뿔형 플라스틱)을 들고 다니며 그라운드에 놓는 등 다음 훈련을 준비했다.

두 시간의 훈련을 지켜본 뒤 다가가 인사하자 그는 활짝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감독실로 자리를 옮긴 뒤 그는 "영어가 서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속사포 같은 영어로 기자를 당황케 했다. '더(the)'를 '저'라고 하는 등 프랑스식 발음이 간간이 섞인 영어였다.

-아시아 클럽 챔피언에 오른 걸 축하한다.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나.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웃음). 클럽에 부임한 이후 차근차근 팀의 실력을 향상시켰다. 하루하루 선수들이 달라졌다. 집중력과 체력.테크닉이 좋아졌고 자신감도 붙었다. 우승을 하자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

-유럽이나 남미에서 데려온 빅 스타가 있나.

"빅 스타는 없다. 나는 능력이 뛰어난 개인보다 팀워크를 더 중요시 한다. 일본 오사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프랑스에서 온 선수가 있지만 모두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지 빅 스타는 아니다."

-당신의 지도 철학은 무엇인가.

"비밀이다(웃음). 한 경기에서 반짝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필드에서 달라지는 선수를 원한다. 체력과 테크닉, 거기다 지능을 갖춘 선수가 돼야 한다. 특히 경기에서 이기겠다는 강한 욕망이 있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2002 월드컵 8강을 이룬 뒤 왜 세네갈 대표팀을 떠났나.

"월드컵이 끝난 뒤 빅 이벤트가 없었기 때문이다(이 대목은 히딩크가 한국 대표팀을 떠날 때 한 얘기와 일치한다). 1년에 A매치 두 경기가 고작이었다. 마침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한 알아인이 나를 원했다.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해 옮기게 됐다."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직 제안은 왜 받아들이지 않았나.

"내가 거부한 게 아니라 알아인과의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무척 가고 싶었지만 계약에 매여 있었고, 얘기했다시피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클럽에 온 지 얼마 안돼서 '국가대표팀을 맡게 됐으니 가야겠소'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만났지만 '시기적으로 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서 다시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나.

"내 계약은 내년 5월이면 끝난다. 나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은 무척 좋은 팀이다. 다음 월드컵에도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출전하고 싶다. 가능성?, 예스. 와이 낫, 와이 낫, 와이 낫('why not'을 세 번이나 연발했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는 좋은 감독이 있지 않나. 움베르토 꾀루(코엘류)."

-코엘류 감독이 베트남.오만에 패하는 등 코너에 몰려 있다. 조언해줄 말이 있나.

"후-(길게 한숨). 나는 정확한 상황을 모른다. 한 나라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 축구는 수학이 아니다. 한국이 모든 경기를 항상 이길 수는 없다. 코엘류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모른다. 내가 당신 직업에 대해 모르듯이 나는 모른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본 적이 있나.

"월드컵 당시에는 못 봤지만 이번 20세 이하 청소년선수권대회 한국 경기를 아부다비에서 봤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한국은 체력적으로 강한 팀이다. 나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은.

"좋은 기억, 아주 많다. 프랑스와의 개막전은 세네갈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기억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 최강 팀을 이겼다. 스웨덴을 꺾고 8강에 간 것도 좋았다. 나쁜 기억은 터키와의 8강전이다. 우리가 졌기 때문에(웃음)."

마지막 질문. "당신의 이미지는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자유인'이다. 지금은 알아인이라는 오아시스에 머물고 있지만 오래 있진 않을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나왔다. "아마 한국이지 않을까(Maybe Korea)." 그는 큰 웃음 뒤에 말을 이었다. "나는 알아인을 이끌고 아시아 클럽 챔피언에 오르는 것을 큰 목표로 삼았고, 이제 그것을 이뤘다. 내가 내년에 한국으로 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새로운 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

알아인 팀의 수석코치인 아메드가 차로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줬다. UAE 대표선수 출신인 그가 말했다.

"감독님은 UAE 축구에 새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메추는 지도자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정말 매력있는 사람입니다." 오아시스의 도시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알아인=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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