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삼광高 한반 32명 중 '맞춤교육' 18명 수시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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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의 삼광고교 3학년 2반. 대학 정시모집 준비에 바쁜 여느 진학반과 달리 교양서적 독서 열기가 뜨겁다. 이 학급 3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명이 이미 수시모집에 합격한 것이다.

대학은 고려대.경희대 등 수도권 대학부터 강원대.대전대 등 지방대까지 다양하다. 학생회장인 윤덕인(18.천안대 사회복지학부 합격)군은 "모두가 소위 명문대에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힘든 상황에서 이런 합격률을 기록한 것이라 뿌듯하다"고 말했다.

휴전선에서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은 삼광고는 학년당 2학급의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인근에 군부대가 많아 오가는 탱크 소리에 수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학원이나 과외는커녕 농번기가 되면 논밭에 나가야 한다. 학부모들은 고된 농사일에 바빠 학교를 찾는 일이 없어 '치맛바람'도 없다.

이런 가운데 삼광고교생들의 대량 합격 비결은 바로 헌신적인 교사들의 입시정보 사냥.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이어서 대도시 학생들과 실력만으로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전형방식이 다양한 수시모집을 노렸다.

교사들은 농어촌.군자녀.봉사상.담임 추천 등 학생 각각에게 적합한 특별 전형을 연구했다. 새로운 전형 방식이 등장하면 재빨리 인터넷을 뒤지고 대학에 자료를 요청해 정보를 수집했다. 행여 시골 학생들이라 면접시험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캠코더로 찍어가며 대비하기도 했다.

특히 교사들의 최대 강점은 학생을 속속들이 잘 안다는 것. 진학지도를 총 지휘하는 장상철(37) 교무부장은 바로 이 학교 1회 졸업생이다. 한마을에서 살아와 학생들의 부모와 가정형편까지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성적은 좀 떨어지지만 수학을 잘 하던 이혜란(18)양은 특정 영역 가중치를 감안해 고려대에 원서를 냈고, 아버지가 육군 하사관인 동민(18)군 등은 군자녀특별전형으로 경희대에 보낼 수 있었다. 항상 학생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던 담임들은 면접 당일엔 손수 운전해 지방의 수험장까지 학생들을 데려다 주기도 했다.

고려대에 합격한 李양은 "선생님들을 너무나 존경한다. 나도 졸업 후 학교에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파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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