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전 경기 중계 부러운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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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6면

2007년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시즌 모든 경기가 라이브로 중계되는 야구팀은 한 팀뿐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 아니다. 전국구 팬이 많은 롯데, KIA? 역시 아니다. 어딜까.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4> 요미우리 전 경기 중계 부러운가

대한해협 너머 일본의 심장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국내 8개 구단이 국내 방송사를 통해 역대로 따져서도 아무도 못했던 ‘전 경기 중계’를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한국 진출 불과 2년 만에 ‘가볍게’ 해냈다.

이번 시즌에 요미우리의 홈경기와 원정경기 모두가 국내 방송사를 통해 라이브 중계되고 국내 야구팬들은 그 경기를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타자’라고 이름 붙여준 이승엽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지 불과 2년 만이다.

요미우리 경기가 국내 스포츠방송의 주요 콘텐트가 된 건 오로지 시장의 논리에 의해서다. 보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고 방송사로서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해 ‘장사’가 된다는 거다. 요미우리는 팔고, 방송사는 사고, 소비자는 ‘쓰는’ 3박자가 모두 들어맞았다는 거다. 좋다 나쁘다는 없다.

요미우리의 전 경기가 한국에 생중계된다는 데서 국내 프로야구단이 얻어야 할 교훈은 뭔가. ‘품질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스포츠가 줄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요소, 재미와 감동의 품질을 높여서 팔아야 팔린다는 것. 그렇지 못하면 그저 자기들끼리의 ‘동네 야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고민일 것이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과 함께 찾아온 또 하나의 이슈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스포츠는 요미우리 경기에서 볼 수 있듯 이미 활짝 열려 있는 개방의 시장이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는 물론 프리미어리그, NBA, PGA투어와 유러피언 투어 등등 전 세계 모든 스포츠가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국내 리그들은 이들과 맞서 생존을 건 품질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보느냐, 요미우리 중계를 보느냐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고 그 선택의 기준은 ‘재미’와 ‘관심’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스포츠가 이미 개방의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왔지만 이번 FTA 타결을 통해 케이블 방송사의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 부분은 앞으로 프로야구는 물론 프로스포츠 전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다. 프로스포츠는 TV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속성을 지녔고, 방송사가 어떻게 프로모션을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리그의 발전과 도태가 좌우될 수 있기에 향후 외국 방송사의 흐름을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고 국내 리그로서는 외국 리그와의 경쟁에서 질 때는 위기가 되겠지만 이긴다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FTA의 물결을 타고 들어온 외국 방송사를 통해 한국의 프로스포츠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볼 수도 있게 된 거다. 이대호와 심정수의 홈런 장면을 중국 시청자가 보고, 박주영과 김두현의 골 장면을 일본에서 보게 되는, 그런 상상.

요미우리의 시즌 전 경기 중계를 놓고 국내 프로야구가 방송사를 탓하면 그건 투정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품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그 기준은 외국 프로야구와 맞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에 맞춰져야 한다. 그 상품이 소비되는 시장 역시 더 이상 한국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다. 세계 전체를 놓고 큰 그림을 그려봄 직하다.

네이버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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