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골잡이, 외인만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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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근호(22.대구FC.사진)는 김승용(광주 상무)과 함께 부평고를 2003년 고교 3관왕으로 이끈 주역이다. 그해 말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지만 데뷔 첫해인 2004년 시즌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2005, 2006년도 비슷했다. 지난 시즌까지 총 8경기(5경기는 교체)에서 슈팅 4개에 무득점이 그의 기록이었다.

이근호는 29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2골을 터뜨려 3-1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10경기(정규리그+컵대회)에서 6득점, 2도움을 기록했다. 루이지뉴(대구.11골), 데얀(인천), 데닐손(대전.이상 8골), 까보레(경남.6골) 등 온통 외국인 잔치인 득점 선두권에 포함된 유일한 국내 선수다.

이근호는 지난 시즌 직후 변병주 대구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변 감독이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대구팬들은 태양을 형상화한 팀의 엠블럼을 따 그에게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시즌 초반 3연패에 빠진 대구는 3월 18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0-2로 끌려가다 이근호의 후반전 연속골로 2-2로 비겨 첫 승점을 얻었다. 사흘 뒤 울산 현대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2-1 승리를 이끌며 첫 승리도 선사했다.

이근호의 가치는 득점력뿐 아니라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과 강한 체력에 있다. 상황에 따라 미드필더와 측면공격수로 뛸 수 있다. 대표팀에서도 지난해(U-21)까지는 공격수였지만 올해(올림픽)는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그의 체력은 변 감독이 "박지성 못지않게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선수"라고 할 정도다.

핌 베어벡 감독도 이근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3월 14일 올림픽 예선 아랍에미리트 원정 때부터 고교 동기인 김승용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무릎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출장하지 못하게 된 박지성의 대안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근호는 "K-리그에서 열심히 하면 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가 올 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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