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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자료 공개하면 사교육비 확 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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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03면

“학업 성취도 평가 자료를 활용하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료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런 연구자료가 있으면 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학생만을 경쟁시키는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또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여 학부모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겁니다.”

교육부와 6년 싸움 이긴 이명희 교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명희(47ㆍ공주대 역사교육과ㆍ사진) 교수는 “교육부는 학력 정보를 전면 공개하라”는 서울고법 판결의 가장 큰 의미를 28일 이렇게 요약했다. 이 교수의 감회는 남다르다. 6년간 학력 정보 공개를 이끌어내기 위해 ‘골리앗’ 교육부와 싸워왔고 비로소 결실을 본 것이다.

이 교수는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나와 일본 쓰쿠바(筑波)대학에서 사회교육 석ㆍ박사 학위를 땄다. 당시 초ㆍ중ㆍ고 100여 개를 돌며 일본 교육시스템을 연구할 만큼 평소 교과 과정에 관심이 깊었다. 서울 국악고 교사를 하던 1998년, 교육부 산하에 국책연구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신설된다는 소문을 듣고 ‘내가 갈 곳은 저기다’ 라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옮겼다. 거기에서 학업성취도 평가팀 연구원이 된 게 교육부와 지루한 싸움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이 교수는 학력 격차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학력 데이터를 이용해 학교나 지역 간 학력 격차 등을 연구하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얼마나 정보가 없으면 교육전문가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학ㆍ과학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의 한국 정보를 가져다 연구를 했겠어요. 말이 안 되는 현실이었죠.”

그는 이 금기를 깨기로 했다. 2001년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 1%의 학업 성취도 평가 데이터를 이용해 학업 성취도 연구를 시작했다. 한양대 이영 교수,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이던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 및 김태종 KDI 교수와 같이 연구했다. 2년 만에 “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를 저해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고 이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평가원은 이 보고서에 사용된 원자료를 이 교수가 불법으로 유출했다며 이 교수를 고소했다. 하지만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 교수는 2002년 공주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학력 격차 연구를 계속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 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번번이 거부됐다. 그래서 ‘혼자서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2005년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을 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해 말 조전혁 상임대표,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 공동으로 수능시험 원데이터와 초·중·고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고교 배정 때 학생들이 1지망으로 선택한 학교 정보 공개를 비롯해 학력과 관련한 모든 정보 공개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학력평가자료 재판 결과는
지난해 9월 1심인 서울 행정법원은 “수능시험 원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교수 등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의 비공개’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법 특별2부는 27일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도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는 국민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교육을 제공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며 “과도한 입시경쟁과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의 현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심을 맡았던 이승한 판사는 “교육부는 자료를 공개하면 학교를 서열화시켜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또 (자료를 공개하면) 고교 서열화가 왜 일어나는지 증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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