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 “조지” 美·日 정상 서로 이름 부르며 친밀 과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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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03면

부시 미 대통령(오른쪽)돠 아베 일본 총리가 27일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성공적이었던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하는 듯하다. 캠프 데이비드 AP=연합뉴스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신조”와 “조지”라고 불렀다. 밀월기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에도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일은 없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서로를 “론”과 “야스”라고 불렀던 1980년대 중반의 양국 최고 밀월기를 연상케 했다. 부시와 아베는 성조기와 일장기 밑에서 악수하는 디자인의 배지를 상의에 달았다. 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두 정상의 골프 회동”이 제안됐다.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57년 방미, 부시 할아버지인 부시 의원과 골프를 쳤던 인연을 ‘손자 대(代)’에 되살리려 한 취지다.
부시는 26일 만찬 때 아베가 있는 백악관 건너편 건물까지 직접 마중을 나갔다. 기자회견에선 “나와 아내는 새 친구를 얻었다. (아베가) 다음 방미할 때는 내가 ‘천국’으로 부르는 곳(크로퍼드 목장)에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의 예우를 약속한 셈이다.

이 같은 준비된 연출은 양국 친밀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주변의 시선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대북 문제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데 대해 배신감을 갖고 있다.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겨냥, “총리 관저 멤버는 만나지 말라”는 내부 지시를 내렸을 정도다. 한편 미국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아베의 발언에 대해 “고이즈미 때와는 뭔가 다르다”며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로에게 필요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균열을 메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부시는 아베에게 대북 추가제재 가능성 시사, 납치문제에 대한 협력의사 표시, 위안부 사과발언 수용이라는 세 가지 선물을 안겼다. 부시는 “미ㆍ일 동맹은 둘도 없는 동맹”이라며 대북 추가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납치문제에서도 “(납치피해자) 메구미의 사진은 내 집무실에 놓여 있다”며 일본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아베가 피하고 싶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마무리했다.

반면 아베는 부시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라크 문제에 대해 “전면 지지한다”고 약속했다. 항공자위대의 수송지원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또 미국이 요구해온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대해서도 관련 간담회를 발족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불안감은 상존한다. 일본 언론들도 28일 “북핵 문제가 장기화되면 납치문제를 우선시하는 일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올 것이고, 위안부 문제도 미 의회에서 비난 결의안이 통과되면 다시 복잡해지는 등 미ㆍ일 협조 관계는 예측 불가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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