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아기예수像 성탄 앞두고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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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도권 일대의 천주교 성당들에 조성된 성모 마리아상.아기 예수상.천사상 등 각종 성물들이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각종 성상(聖像)의 얼굴을 페인트.매직으로 칠하거나 천주교를 깎아내리는 낙서를 남기는 등 성물 훼손 사건이 지난 12~14일 속출한 것이다.

천주교 측은 서울의 피해 사례만 논현동.대치동.역삼동.천호동.청담동 성당 등 강남권 일대 성당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황흥복 청담동 성당 주임신부는 "15일 새벽 성당 성모상 얼굴이 까맣게 칠해진 것을 발견했다"며 "현재로선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성모상에는 "여기에 기도하면 이렇게 된다" "(낙서를)지운 사람은 벌을 받는다"등 마구잡이로 날려 쓴 글이 남아 있었다.

성당 측에서 특수화학물로 낙서 일부는 겨우 지웠으나 원상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조 성물의 경우 잉크가 돌에 스며들어, 바짝 다가온 성탄절 미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황신부는 "성탄절을 앞둔 시점에서 강남 일대 성당이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볼 때 계획적인 범행으로 추정된다"며 "성당의 성물을 우상(偶像)으로 오해하거나 착각한 사람들의 소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부평경찰서는 15일 인천시 부평.계양구, 안성시 일대 성당 9곳의 성모 마리아상과 아기 예수상을 훼손한 최모씨와 예모씨 두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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