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폐암 유발 심할 땐 뇌졸중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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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08면

강한 황사가 발생하면 공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상시의 10배, 20배까지 올라간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ㆍ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흙먼지인 만큼 황사는 규소와 철ㆍ망간ㆍ알루미늄 등 토양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규소·철·망간 등 #혈액 끈끈하게 하고 혈압 높이기도

먼지가 증가하면 눈을 뜨기도, 숨을 쉬기도 어렵다. 얼굴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써도 황사가 지나가면 안과나 내과를 찾는 환자도 늘게 마련이다. 자극증상은 시간이 지나가면 회복된다.

문제는 호흡을 통해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오는 경우다. 미세먼지는 천식과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는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도 일으키는데, 이는 미세먼지가 허파를 거쳐 혈액 속으로 들어가 혈액의 점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지는 또 심혈관의 자율신경 조절을 방해해 혈압을 높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올해 초부터 미세먼지의 24시간 환경기준을 ㎥당 100㎍(마이크로그램ㆍ1㎍=100만분의 1g)으로, 연간 기준치를 50㎍으로 강화했다.

강한 황사가 불어온 지난 1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0㎍을 훌쩍 넘었고, 대구에서는 2000㎍도 넘었다. 황사가 지속되면 전 국민이 환경 기준치를 초과하는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4년 이후 미세먼지 농도가 150㎍ 이상인 날을 골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와 제주 초등학생의 ‘노력성 폐활량’을 비교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 네이멍구는 1.9ℓ, 제주는 2.1ℓ였다. 노력성 폐활량은 최대한 공기를 들이마신 뒤 최대한 빨리 세게 불어 끝까지 내뱉을 수 있는 공기량을 말한다. 네이멍구 어린이의 폐활량이 낮다는 것은 황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사는 또 세포막과 적혈구를 파괴하고 DNA에 손상을 입힌다. 단국대 권호장 교수 등이 2004년 서해안 섬 지역 초등학생 43명의 황사 직후 소변을 채취해 성분을 조사했더니 MDA(지방질 산화 손상 지표 물질)와 8-OHdG(DNA 산화 손상 지표 물질) 농도가 두 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황사가 지나간 후 일주일까지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사 먼지 속 중금속이 증가하면서 체내에 유해산소(활성산소)가 발생해 세포막의 주성분인 지질의 과산화를 일으켜 세포막을 손상 시키고 적혈구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황사가 단순한 흙먼지라는 이유로 자동차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동일하게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황사가 심해지면 입자가 큰 미세먼지가 늘어나지만 이것이 증가한다고 해서 극미세먼지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가운데서도 독성이 강한 것은 입자의 크기가 2.5㎛ 이하인 극미세먼지다. 호흡기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큰 입자의 먼지에 비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한양대 보건학과 이종태 교수는 “황사 먼지는 시각적으로 위험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장의 미세먼지에 비해 위험성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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