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한나라 전선의 축, 호남 부동층 40%… 결집력 약화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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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02면

지금의 대선 흐름은 ‘한나라당 대세론’으로 압축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 이후에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도 합계는 대략 70% 선이다. 전례 없는 일방적 대세론 속에서 오히려 호남 민심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호남은 역대 선거에서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축이었고, 최근의 동서대결 구도에서 서부연합, 즉 비(非)한나라당 진영의 대선 후보 선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여론분석상 드러나는 호남 여론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 대립하는 ‘지역적 호남주의’, 또 다른 하나는 非보수-개혁진보의 특성을 갖는 ‘이념적 호남주의’이다.

‘차기 대통령이 어느 쪽에서 나와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전체 국민의 46%가 한나라당, 25%만이 非한나라당 쪽이라고 응답했다. 호남 유권자의 경우 한나라당이란 응답은 10%에 불과한 데 비해 非한나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응답은 51%에 달했다(‘모름/무응답’ 39%).

한나라당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응답이 10%에 그친 것은 호남의 反한나라당 정서가 여전히 공고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다만 40%에 이르는 유동층은 결집도 측면에서 反한나라당 정서가 과거보다 약화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현 정부와 대비한 차기 정부의 정책노선에 대해서는 호남 유권자의 64%가 ‘현 정부보다 개혁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응답해 타 지역보다 뚜렷한 이념적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즉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라는 이념적 지역주의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념적 진보성도 그대로이고 한나라당에 대해선 非우호적 정서가 뚜렷하다. 대선을 앞둔 호남 여론에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집력이 떨어지고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구여권 후보들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非한나라당 진영 대선 주자들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구여권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인물 부재 현상이 계속된다면, 이번 대선에선 호남의 투표행태가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표 결집 현상이 약화될 가능성 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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