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부 ‘융합 전공’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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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01면

내년 서울대 신입생은 여러 학과의 전공을 하나로 묶은 ‘연합전공’을 택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가 구상하는 연합전공은 PPE(철학ㆍ정치ㆍ경제학), 금융수학(경영학ㆍ수학), 프랑스학(불어불문학ㆍ사회학ㆍ경제학) 등이다. 여러 전공을 융합한다는 점에서 ‘비빔밥’ 전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 학생이 두 개 분야를 전공하는 복수전공과 구별된다.

‘경영학+수학’ 등 10여 개 … 이르면 내년 시행

이장무(사진) 서울대 총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미래 학문ㆍ대학 콜로키엄’에 참석해 “연합전공을 둬 각기 다른 단과대가 함께 하는 교육과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가 융합을 요구한다”며 “학과나 단과대도 소멸되고 생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현재 본인이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해 방황하는 서울대생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는 지나친 (학문의) 분화 때문이 아니냐”며 “인문대가 특히 (학생 이탈이) 심한데 만약 어문학을 배우면서 사회대의 문화ㆍ지역학을 함께 배울 수 있다면 (이런 현상이) 훨씬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문 융합이 인기학과에 쏠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전공 구상은 지난달 21일 서울대 인문대가 발표한 ‘인문학 활성화 방안’과 맥을 같이한다. 인문대는 어문학에 지역경제ㆍ경영학 등을 융합한 ‘프랑스학’ ‘중남미학’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서울대 인문대 재학생의 20%가 법대ㆍ경영대 등으로 전과(轉科)했다.

이와 관련,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은 “10개 이상의 연합전공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 1학기, 늦어도 2009년 1학기에 확실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 학생들은 1학년 때는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2학년이나 3학년이 될 때 전공을 선택한다. 따라서 내년 신입생, 경우에 따라서는 06ㆍ07학번까지 연합전공을 할 수 있다. 김 처장은 “연합전공에 대해 각 단과대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학부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전공을 시행하더라도 경영학과ㆍ불어불문학과 등 기존의 학과를 폐지하고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장은 “물리ㆍ화학ㆍ어문 등으로 나눠진 학문체계가 앞으로 계속 유지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급격히 바꾸기보다 현 체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얹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학과를 두고 그 속에서 연합전공 등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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