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선데이 스타-현숙 & 김혜영] 사랑보다 진한 그녀들의 우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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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13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정’이 남자들의 전유물인 양 당연시 여겨지는 편견을 확 깨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대 사회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여자들의 우정이 남자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연예가에 돈독한 우정으로 웬만한 남자들에게도 부러움을 사는 그녀들이 있다. 바로 가수 현숙과 DJ 김혜영.

“처음 혜영이를 만난 것이 17년 전쯤이죠. 라디오 방송국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서로 눈웃음을 나누며 친해졌어요.”

세 살 위 싱글 언니 현숙과 현모양처 동생 혜영의 우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침 거르기를 밥 먹듯 하는 언니를 위해 혜영은 떡과 밑반찬을 지어 우렁각시처럼 현숙의 집에 가져다 놓았는데.

“빈집에 들어가 냉장고를 열어 보면 혜영이가 다녀간 흔적이 있는 거예요. 어찌나 울컥 목이 메던지. 피붙이 이상으로 살갑게 저를 챙겨 주더라고요.”

어느덧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깊어진 두 사람에게 10년 전 우정을 확인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혜영이가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함께 병원에 가 달라고 하더라고요. 검사했더니 신장이 많이 안 좋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혜영이가 덜컥 무릎을 꿇고 우는 거예요. 둘째가 이제 겨우 세 살인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아프면 안 된다고. 오래 살아야 한다고.”

우연히 이야기를 엿듣게 된 현숙은 동생 혜영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뚝 떼어주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조직검사를 했다. 그러나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수술은 할 수 없었지만 방송 시간이 비는 틈에 짬을 내서 그녀와 함께 여의도를 매일 산책하며 운동을 했다.

“덕분에 지금은 둘 다 건강이 많이 좋아졌죠. 그러던 어느 날 혜영이가 제 차에 몰래 퀼트 이불을 직접 지어서 두고 갔더라고요. 지방공연 때문에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워낙 많으니 추울 때 무릎이라도 덮으라며.”

현숙은 그녀가 한 땀 한 땀 손수 꿰맸을 퀼트 이불을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다. 너무 아깝고 소중해 언젠가 결혼할 때 혼수품 1호로 챙겨가기 위해서란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 그녀들에게 우정은 사랑보다 더 진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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