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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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23면

1급 투자가는 남들과 뭐가 다를까. 종목선택 능력일까, 아니면 시장 흐름을 잡아내는 탁월한 감각일까.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 표식은 다름 아닌 ‘읽기’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통하는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자신의 일상 대부분을 읽는 데 쓴다. “나는 아침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나간다. 자리에 앉아선 읽기 시작한다. 읽은 다음에는 여러 시간 동안 통화한다. 그런 다음 읽을거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많이 읽는다”고 그는 말했다.

버핏뿐 아니다.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중 5센트는 리카싱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말을 듣는 아시아 최고의 갑부 리카싱(79). 그 또한 독서 습관으로 유명하다. 팔순 고령임에도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30분 이상 책을 읽는다고 한다. 리카싱은 최신 정보기술에도 해박한데, 이는 모두 독서의 힘이다. 그는 소설을 제외한 사회와 철학, 과학기술과 경제 방면의 책들을 두루 섭렵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1급 투자의 지적 체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버핏의 파트너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리 멍거(82)다. 대개 2인자들은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있다. 멍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멍거는 버핏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초기에 인수했던 시즈 캔디 등의 회사는 버핏의 아이디어가 아닌 멍거의 것이었다. 멍거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 및 경제 이론보다는 자연과 사람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5년 『가난한 찰리의 연대기』라는 책을 출간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성공 투자를 위해 어떤 지식을 쌓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멍거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올바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큰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학문이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멍거의 얘기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자신의 경험을 분류하고 체계화할 수 있고, 그래야 투자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읽기(reading)는 생각(thinking)의 전 단계다. 읽지 않고서는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없다. 1급 투자가들은 그래서 읽고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정작 행동하는 데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멍거는 자신의 투자와 사업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버핏과 멍거)에겐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우리 둘 다 바쁜 스케줄을 싫어한다. 우리는 단지 앉아서 읽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한다. 이는 다른 비즈니스맨들과 사뭇 다른 것이다.”

그러면 일반 투자자들은 어떤가. 별로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행동만 장황하지 않을까.

1급 투자가들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세상에 대해 폭넓게 읽으며 생각하되, 행동은 단순 명료하게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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