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휘의 강추! 이 무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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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21면

하이너 괴벨스의 ‘하시리가키’

5월 11일(금) 8시, 12일(토) 3시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
출연: 샬로테 엥헬케스(스웨덴)
문의: 031-828-5847

하이너 괴벨스는 작곡가로 먼저 활동을 시작한 뒤 ‘음악극’ 형식의 연극 작업으로 확장해나간 독특한 스타일의 스위스 출신 연출가. ‘하시리가키(Hashirigaki)’란 ‘뛰다, 돌진하다, 부드럽게 흘려 쓰다’ 등의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일본어로, 이 작품의 영감을 제공한 거트루드 스타인의 소설 ‘미국인의 형성’의 추상적이고 반복적인 문체를 대변하고 있다. 팝 그룹 ‘비치보이스’의 보컬 브라이언 윌슨의 명반 ‘펫 사운드’의 음악으로 시작해 다양한 음악과 갖가지 소리들에 대사와 영상, 움직임을 결합했고 의상과 조명을 이용해 환상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무대 연출로 단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하지만 수만 가지 다른 삶의 모습과 인간의 내면 풍경들을 다채로운 이미지로 이어간다.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헤이 걸!’

5월 24일(목)ㆍ25일(금) 8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소시에타스 라파엘로 산지오
문의: 02-725-1164

날카로운 소음, 자극적인 조명, 기괴한 장면들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 무대 디자인과 회화를 먼저 공부했던 그의 작품은 직접적인 대사나 정형화된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고 시청각 효과를 극대화한, 상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 이미지들은 때로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창조해낸 이 잔혹하고 난해한 무대는 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여 머리가 아닌 가슴에 직격탄을 날린다. 무엇을 느낄 것인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다. 이번에 내한하는 작품 ‘헤이 걸!’은 2006년 최신작으로 국내에서 선발된 40여 명의 남자들(배우들이 아니라 일반인)이 함께 공연한다. 일반인으로부터 연기를 끌어내는 카스텔루치의 솜씨가 기대된다.

알랑 플라텔의 ‘저녁기도’

5월 25일(금) 8시, 26일(토) 6시, 27일(일) 4시
LG아트센터
출연: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문의:02-2005-0114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장애 어린이 치료사로 일했던 알랑 플라텔은 벨기에 출신의 안무가. 우리 삶과 사회의 축소판 같은 무대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동물과 아이들, 장애인, 곡예사들이 함께 공연하고 삶의 어두움과 밝음이 공존하며 아름다운 움직임과 일그러지고 추한 움직임이 교차한다. 이번 내한 작품은 가장 숭고한 종교음악이라 일컬어지는 몬테베르디의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와 정신병동 환자들의 움직임을 촬영한 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상반된 두 가지 소재에서 ‘자기 통제력을 잃은 극단의 감정상태’라는 공통점을 뽑아낸 것이다. 고풍스러운 원곡은 재즈, 집시풍의 음악으로 편곡되었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격렬하면서도 간절하다.

조셉 나주의 ‘태양의 먼지’

6월 1일(금)ㆍ2일(토) 8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조셉 나주 무용단
문의: 02-765-5352

무용과 연극, 마임과 서커스 예술의 경계를 모두 해체하고 초현실주의적인 세계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옛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조셉 나주. 그의 작품들은 부조리한 인간 의식, 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하며 존재의 진실을 찾아내고자 한다. 작품 제목 ‘태양의 먼지’는 프랑스의 극작가 레이몽 루셀의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 짐작되듯이 이 작품은 광기 어린 인생에 대한 오마주다. 이 작품을 더 깊이 감상하기 위해 루셀의 작품을 먼저 읽어본다면 더없이 좋은 예습이 되겠다. 그러나 그럴 시간이 없더라도, 조여놓았던 의식의 끈을 풀고 무대 위의 마술 같은 영상과 소리에 나를 온전히 맡긴다면 조셉 나주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존재의 진실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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