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지막까지 下山은 없다” 청와대 실세들도 초긴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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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04면

뉴시스

문재인(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2일 취임 후 청와대의 첫 주를 보냈다. 직원들의 이력을 훤히 꿰뚫는 민정수석을 거친 데다 원칙주의자인 그의 복귀 이후 청와대엔 긴장의 분위기가 적잖다. 17일 주말에도 청와대로 출근한 그는 “일을 할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INSIDE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 컴백 첫 주

그래서 문 실장과는 형제 같은 관계인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조차 “솔직히 나도 좀 쫄린다(긴장된다)”고 한다. 오전 8시10분 실장 주최로 개최되는 상황점검회의는 그간 30분 정도면 끝났었다. 문 실장 취임 뒤 평균 50분으로 늘어났다. “꼬치꼬치 캐물어 쪼이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엔 피곤해 보였는데 굉장히 씩씩해졌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게 수석비서관 4명의 비슷한 전언이다. 문 실장은 지난 10개월의 야인(野人)생활 동안 청와대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이호철 실장조차 단 한 차례 문 실장을 만났을 뿐이다. 그나마 “고생한다”는 게 일에 관련된 얘기의 전부였다. 대신 문 실장은 서울 평창동 자택을 기점으로 경기 5악(岳, 화악운악감악관악송악산)으로 알려진 명산 중 개성의 송악산을 제외한 네 곳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그중 으뜸으로 치는 경기도의 최고봉 화악산은 정상 주변이 군사지역이다. 출입이 금지돼 정상 근처까지 갔던 등산객들이 무척 아쉬워하는 곳이다.

문 실장은 취임사 일성으로 “참여정부에 하산은 없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고 했다. “경기 5악을 오르며 깨달은 이치 같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문 실장은 쉬는 동안 중국 시안(西安)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실크로드(천산 남로)도 다녀왔다. 그는 “진리에 대한 의문 때문에 당나라 현장 법사가 고행을 각오하고 17년 만에 불경 원본을 구해 고향으로 되돌아온 이 길을 따라가며 많은 걸 느꼈다”고 한다.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배석자 자격인 문 실장이 이례적으로 검찰에 대해 공개 지적을 했다. “매번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으로 좌천시키는데 지방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느냐”는 게 요지였다. 집권 초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 시절 문 수석은 검찰의 ‘서울-지방-서울’ 근무를 골자로 하는 ‘경향(京鄕) 교류제’를 제안해 시행했었다. 당시엔 오히려 다음에 승진시킬 사람을 지방으로 보내기도 했다. 임기 말이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리’가 붕괴되는 건 좌시하지 않겠다는 첫 신호였던 셈이다.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은 “문 실장의 복귀로 현 정부가 세워놓은 국정의 원칙과 기강이 유지될 것”이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청와대와 공직사회엔 긴장감이 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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