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신드롬 영화까지 이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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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수현 원작, 박철수 감독, 윤정희·이미연 주연의 전형적인 여성영화『눈꽃』과 고압전류에 덴 듯한 사이코 스릴러『원초적 본능』이 주말극장가를 장식할「물건」이다.
또 액선 누아르『황제 오작두』청춘 물『온리 유』가 새로 선보이며 이미 소개된 사회 멜러『걸어서 하늘까지』,셰익스피어의 고전『햄릿』이 공개된다.
상영중인『JFK』『아담스 훼밀리』『귀여운 악마』『퐁네프의 연인들『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빠 담풍』등과 합치면 사회·여성·괴기·액선·에로·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눈꽃』은「김수현 신드롬」이 영화에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말많은 김씨지만 인기만은 대단하다. T V극 『사랑이 뭐 길래』는 이순재의 국회의원 당선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신인 최민수는 톱 탤런트가 돼 좌충우돌이다. 나이든 무명가수 김국환은『타타타』로 느닷없이 정상에 섰다. 여성문제 또는 여성중심영화 전문감독 박칠수와 김수현의 만남은 85년『어미』에 이어 두 번째다. 인신매매 단에 끌려간 딸을 찾아 나선 어머니의 복수 극 인『어미』는 그해 대종상 작품상을 탔다.
『눈꽃』은 전통의 가족질서가 붕괴된 핵가족사회의 극단적 이야기다. 특히 모녀간이라는 무조건적 사랑의 관계가 후기 산업사회의 세대간 갈등으로 파괴되는 내용이라 높은 비극성을 떠고 있다.
극 실정이 이혼한 중년의 방송드라마작가와 딸의 관계여서 특유의 여성심리가 세부적으로 그려져 있다. 남편 없이 홀로 키운 딸이 대학진학을 마다하고 전혀 예기치 않은 배우의 길로 들어선 데 대해 남편에 대한 배반감 이상으로 분노하며 공허 속으로 빠져드는 중년 역은 윤정희가 자청해 열연했다. 딸 역은 이미연. 신성일·김성녀·조상건등 중량급이 공연.
이혼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성장한 딸 사이라는 특수관계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미움, 세대간 층돌이 날카롭고도 섬세히 연출했다는 평이다. 박 감독은『자아실현이라는 굴레 때문에 가족간에 벌어지는 단절과 소외, 그리고 결과적인 비극에 초점을 맞췄으며 대안은 관객 스스로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원초적 본능』은 주연 여우 샤론스톤을 할리우드 제일의 섹스 심벌로 만든 1백% 오락영화다.
『토탈 리콜』『로보 캅』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물리학박사 출신 폴 버호벤 감독은 강렬한 색조와 사운드로 사이코 미스터리의 긴박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거의가 지닌 정신병적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버호벤은 폭력·섹스장면을 거침없이 구사, 미국에서 잔혹·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작품인데 올 칸영화제가 의외로 개막 초청작으로 선정, 또한 차례 화제를 모았다.
요즘 들어 부쩍 는 사이코 미스터리 미국영화가 미국사회의 병리현상을 제대로 반영하는 느낌을 주는 가운데 이 영화는 대표선수 감이다.
연쇄살인 용의자인 여류소설가와 이를 수사하다 변태적 애정관계로 발전하는 형사간의 팽팽한 심리전에 이은 폭발하는 액선이 오락영화로는 뛰어나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샤론 스톤의 광기 어린 연기는 징그러울 정도.<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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