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KPGA 사상 첫 우승 데뷔 "신인왕 욕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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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전이자 KPGA 개막전인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1위를 한 김경태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골프 2관왕에 오른 거물 신인 김경태가 국내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했다.

김경태는 29일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개막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쳐 합계 1언더파로 우승했다. 신인 선수가 데뷔전에서 우승한 것은 KPGA에서 김경태가 처음이다. '독사' 최광수(동아제약)와 공영준(한화제약)이 이븐파로 공동 2위를 했다.

김경태의 아마추어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한국 아마추어선수권에서 15타 차 우승을 했고, 일본 아마추어선수권을 2연속 제패했다.

지난해에는 아마추어로 KPGA 투어에 초청 선수로 여섯 번 나가 2승이나 거뒀다. 그러나 아마추어라 상금을 받지 못했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느라 프로 시드전에 나가지 못해 올해 투어 카드도 받지 못했다. KPGA는 김경태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국위 선양을 위한 것이냐, 병역면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냐 논란을 벌이다 절충 끝에 올해 대기 명단 21번에 이름을 올려줬다.

이번 대회에는 외국인 선수와 군대 간 선수들, 해외 투어에 뛰는 선수들이 빠지면서 대기선수 22명까지 출전할 수 있었다. 김경태는 "대회 개막 5일 전에야 출전 통보를 받았다"며 "어렵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승을 목표로 했는데 첫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시즌 한 차례 더 우승하고 신인왕도 노리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 계획과 관련, 김경태는 "올해는 국내 대회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일본 무대를 두드려보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 PGA에서 뛰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는 패기와 연륜의 대결이었다. 48세의 최광수가 3언더파 선두로, 21세의 김경태가 2언더파로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경태는 파5인 6번 홀에서 2온을 시도하다 공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미끄러졌다. 그러나 역시 물을 넘기는 파5 16번 홀에서 2온을 시도해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 선두로 복귀했다.

김경태는 "물에 빠진 6번 홀이 떠올랐지만 신인답게 과감하게 경기하자고 생각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나이답지 않게 여유 있는 경기를 해 별명이 '능구렁이'다. 능구렁이가 독사를 잡은 격이다.

제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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