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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들쥐왕국”/농촌지역만 9억6천만마리 추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뱀·매 등 천적 급격히 줄어 크게 번식/한해 서울시민 480일분 곡식 먹어
한국은 「들쥐왕국」인가.
자연 생태계 파괴로 최근 수년간 농촌지역에서 들쥐가 엄청나게 늘면서 그 수가 10억마리에 육박,집쥐까지 합치면 모두 12억마리로 중국 인구(90년 현재 11억3천3백여만명)를 웃돈다는 추산.
통상 쥐의 밀도는 그 나라 사람수의 3∼4배라는 쥐의 세계 평균밀도에 비추어 볼때 한국은 세계 평균의 약 7∼9배가 더 많은 기현상을 빚고있는 셈이다.
보사부산하 국립보건원은 20일 지난해 11∼12월 대표적 농촌지역인 경남 진양군의 8개 지역 쥐구멍 1백29곳을 조사,분석해 전국에 확대적용한 결과 들쥐는 전국 농촌에 약 9억6천만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들쥐가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은 ▲들쥐의 천적인 매·수리 등 맹금류,뱀 등 파충류가 급격히 줄어 먹이사슬이 깨진데 큰 원인이 있고 ▲「쥐불놓이」 등 과거 많았던 쥐잡이가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거의 사라진데도 일부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계층이 정력강장제로 뱀·구렁이를 지나치게 찾는 바람에 마구잡이가 이뤄져 이들 파충류는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고 이 때문에 들쥐가 생태계 균형 유지에 필요한 이상으로 비정상 번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체중 40g인 들쥐가 하루에 자신의 몸무게 10% 이상의 곡식·과일 등을 먹어치운다. 따라서 9억6천만마리의 들쥐가 곡식을 먹이로 삼는다면 한달에 14만4천t(9억6천만×5g×30),한해 1백72만8천t의 곡식이 들쥐 먹이로 없어진다는 계산이고 이는 서울시민이 4백80일간(하루 3천5백96t) 소비하는 양이다. 들쥐는 또 90년 여름 경기도 일산의 둑 붕괴사건에서처럼 제방에 구멍을 뚫어 큰 재산피해를 낼 수 있고 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쓰쓰가무시병 등 12가지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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