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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연기 극동정유/고주가 태광산업/자금난 삼미그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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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명암 엇갈리는 3개사 속사정
최근 삼미·태광·극동정유 3개사가 저마다의 다른 사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금이 어렵다는 소문에 계속 시달리는 삼미는 재무장관까지 나서서 『사정이 그리 어렵지 않으니 자금을 계속 지원하라』고 단자사 사장들을 설득하기도 했고,극동정유는 정부가 「현대」라는 매듭을 풀기 위한 묘수찾기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증자가 계속 미뤄져 급기야 과징금까지 부과당했다.
◎가 현지법인 고전… 정부 이례적 지원개입/삼미그룹
이용만재무장관이 최근 단자사 사장들을 만나 『삼미그룹처럼 사정이 괜찮은데 소문만 듣고 자금을 회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재무부 실무자들의 「해석」은 이렇다.
「삼미그룹이 일시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금을 끊을 만큼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고 정상적인 자금지원만 이뤄진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인데 최근의 통화관리 강화여파로 그같은 기업이 무너지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미는 그룹전체로 36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 주된 이유는 주력기업인 삼미특수강과 삼미금속이 스테인리스강판 등의 시장에서 포철이나 인천제철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고가 늘었고,캐나다에 투자한 현지법인인 삼미아틀라스가 한해에 약 2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미의 총여신(지급보증 포함)은 현재 약 1조5천억원 수준인데,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부 단자사들이 기존의 대출을 은행대출로 직접 돌리거나 은행의 지급보증을 얹어 돌린 것이 1천6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88년이후 유보율 3,000% 넘어/저PER 각광… 외국인투자자에 인기/태광산업
태광산업의 주가가 18일 20만원을 돌파하고서도 연속 6일째 상한가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기업내용이 좋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중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준 돈을 빼고 쌓아둔 돈이 자본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유보율이 매우 높다.
8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의 91년 8월말 현재 유보율이 자그마치 5천3백89.3%나 된다. 이 회사는 88년이후 계속 3천%가 넘는 유보율을 보여왔다.
회사의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액으로 나눈 부채비율도 88년 74.8%에서 91년 8월에는 31%로 낮아졌다. 기업자본 구성의 안전도 특히 타인자본의존도를 표시하는 이 지표는 일반적으로 1백%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는데 그에도 훨씬 못미친다. 결국 이 회사는 다른데서 돈을 갖다가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굴러간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주당순이익이 3만5천50원으로 국내 상장사중 최고수준이다. 또 현재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섰는데도 주가가 주당 이익금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5.8배로 다른 기업(18일 현재 상장사 평균 PER는 12.5배)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최근 화섬업계는 장사도 잘 됐고 올해 전망도 밝다. 이같은 이유로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외국인의 주식투자가 부분적으로 허용될 때부터 외국인의 주목을 받았다.
◎4개사 증자참여후 외국사와 합작추진/극동정유
극동정유를 회생시키기 위한 정부대책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진·유공·호유·경인에너지 등 4개사로 하여금 극동정유 증자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거론됐던 산업은행의 출자나 외국정유회사와의 합작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난관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4개 기업의 증자참여는 여신관리규정에서 예외로 취급,소유부동산이나 주식매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극동정유도 19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1천1백60억원의 증자납입기일을 다음달로 또 한차례 연기,이들 4개 기업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증자참여로 시간을 번뒤 외국정유회사와의 합작을 추진,근본적인 경영정상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홍선전사장이 지난 13일 영국계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을 방문,합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극동정유가 은행으로부터 얻어쓰고 있는 3백억원가량의 긴급대를 이자가 싼 일반대로 돌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극동경영난 해결을 위해 2천억원 증자결정을 내렸으나 실제 증자는 8백40억원만 이루어져 당초 지난 2월27일까지 완료예정이 잡혔던 1천1백60억원 증자가 이번까지 합쳐 네번이나 연기됐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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