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로스쿨법 '패키지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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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소속 권철현 국회 교육위원장과 열린우리당 이기우 원내 공보부대표는 27일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없게 됐다"고 했고, 이 공보부대표도 "협상 여지가 있다면 30일까지인 회기를 이틀 정도 연장해볼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말했다.

사학법안이 막판 고비를 또 못 넘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학법안과 '3각 빅딜'의 대상이었던 국민연금 관련 법안과 로스쿨 법안의 처리도 덩달아 미뤄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양당 사이에 "처리 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던 분위기는 영 달라졌다.

열린우리당은 27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표결 처리엔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교육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당내에 불만이 많다"며 "사학법에서 후퇴하는 순간 지지층으로부터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학법안과 다른 법안 처리를 연계하는 한나라당의 잘못 때문에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의 한 교육위원은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모임 등 탈당한 의원들이 동의해줄지 자신 없어 표결 처리를 거부한 것"이라며 "표결조차 안 하려고 하면 어떻게 사학법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반면 이기우 부대표는 "한나라당도 재.보선 참패 뒷수습 때문에 표결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법 개정안처럼 자칫 양쪽 안 모두 부결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전재희, 열린우리당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25일 사학법 개정 방향에 대해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두 사람 간에) 합의문까지 썼다"고 전했다. 학교운영위(대학평의원회) 산하에 개방형 이사 추천위를 두는 내용이었다. 다만 추천위 구성을 할 때 학교운영위 측 인사를 과반수로 하느냐(열린우리당 안), 이사회 측 추천위원과 동수로 하느냐(한나라당 안)의 쟁점만 남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막판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 표결 처리 방법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위에서 두 개의 안을 놓고 표결해 통과된 안을 교육위 대안으로, 부결된 안을 수정안 형태로 만들어 둘 다 본회의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본회의에서 표 대결을 하자는 취지다.

사학법 개정 여부는 2005년 12월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강행 처리한 이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2월 임시국회 때도 막판에 틀어졌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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