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모리스, 예술가로만 알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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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윌리엄 모리스 평전
박홍규 지음, 개마고원,
328쪽, 1만8000원

업그레이드되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힐 때마다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본다. 인류의 세번째 혁명이라는 정보혁명 이후의 현재와 같은 상황은 두 번째였던 산업혁명 이후에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예술가 겸 사상가 윌리엄 모리스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낳은 비인간적인 현실을 비판하면서 기계에 의존하지 않았던 중세 수공업 사회를 이상으로 삼았다. 그는 또 환경오염을 죄악시 하며 '에코토피아'라 이름붙인 이상향을 그린 소설을 출간하는 등 한 세기 앞서 환경생태운동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하며 공존하는 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정치활동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동안 윌리엄 모리스의 건축이나 공예 부문의 예술가로서의 활동은 잘 알려진 반면 그의 정치적 활동은 언급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 점에 비추어 영남대 법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모리스란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널리 알려진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 뿐 아니라 그의 사회주의 사상과 정치 활동, 유명화가 로세티의 모델이었던 부인 제인 버든과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까지 다룬 덕분이다.

다만 저자의 모리스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그의 사회주의 사상이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감상주의적 성향이 강한 점 등을 흘려 넘긴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 평전에 수록된 모리스의 직물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들은 그가 사상가라기보다는 현대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친 예술가란 사실을 일깨워 준다. 덧붙이자면 평전 전체에 걸쳐 모리스에 대한 지은이의 남다른 애착이 느껴진다. 모리스가 미술, 건축, 공예,가구 생산에서 정치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으로 활동한 것처럼 저자도 전공인 법과 관련된 책뿐 아니라 베토벤이나 세익스피어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집필해서지 싶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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