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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수입규제 "영화계 고질병에 칼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문화부가 홍콩영화수입을 강력 규제키로 한것은 만시지탄의 방침이다. 그 동안 홍콩영화는 황당무계한 갱스터나 귀신들을 등장시켜 스크린을 피로 얼룩지게 하는 등 청소년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도 국내 수입업자들은 돈벌이에만 급급, 청소년에 대한 폐해는 아랑곳없이 과당수입경쟁을 일삼아 수입질서가 엉망이었다.
87년 갱영화『영웅본색』의 히트 이후 국내업자들은 수시로 홍콩으로 날아가 많은 경우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값 올리기 싸움을 벌이는 통에 홍콩 영화사는 오로지「한국의 봉」만을 겨냥, 날림영화를 양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홍콩 영화계는 한국의 문란상을 악용, 터무니없는 수출가를 챙기는 것은 물
론 2중 계약까지 자행하는 횡포를 부려왔다.
가령『여락전』이란 2시간50분짜리 영화는 1, 2편으로 나눠『뇌락전』『부자전구』라는 제명을 달아 각각 다른 국내업자에게 팔아 후편을 먼저 개봉케 해 영화계를 농락하고 관객들을 우롱했다.
또『신정무문』의 경우는 제작단계에서 한국업자와 매매 계약한 뒤 영화가 완성되자 이를1, 2편으로 나눠 1편만 계약한 것으로 치고 2편에 대한 수입가를 또 요구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번에 문화부의 규제를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인『황비홍』속편은 이러한 홍콩 영화계의 비뚤어진 상술과 국내업자들의 한심스런 수입 경쟁이 어울려 빚은 합작말썽이다.
35만 달러에 수입된『황비홍』이 대히트하자 이 영화를 만든3개 홍콩영화사가 속편 제작을 발표했고 국내업자들이 제각각 3개사에 달려들어 수입가를 1백70만달러까지 치솟게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보다못한 영화업 협동조합이 수입거부까지 결의했는데도 모 영화사와 대기업 비디오사가 짜고 1백50만달러에 몰래 계약, 양심을 내다버린 짓까지 저질렀다. 유럽영화 1편 수입가는 평균 10만달러 미만이다.
홍콩 영화계의 횡포와 국내업자의 저자세는 이밖에도 외화 계약시 로열티의 20%미만을 계약금으로 송부토록 법에 명시돼 있지만 20%이상을 송부하고 홍콩업자가 물어야할 로열티에 대한 원천세를 국내업자가 대납해 주는데서도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90년 79편, 91년 64편 등 전체 수입외화의 3분의1가량을 차지, 미국 영화 다음으로 많이 들어오는 홍콩 영화 수입은「폭력수입 과당경쟁」이어서 더욱 문제다.
홍콩영화에는 갱들간의 살육전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내세운 폭력, 경찰폭력, 이른바 강시류의 귀신폭력까지 상상 가능한 모든 폭력장면을 생생하게 그려 청소년의 폭력심리를 조장하고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강시 모자나 강시 완구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서울 YMCA 시민영화 아카데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예스마담』의 경우 폭력장면이 28분6초로 전체의 31·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영웅본색 2』는 영화에서 죽는 것이 확인된 사람이 1백33명,총격횟수 4백12회, 폭발횟수는 21회에 달했다. 평균 40초마다 1명씩 살해당한 것이다. 『첩혈쌍웅』은 이보다 더해 총격횟수가 5백85회로 1백15명이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Y는 서울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1%가『영웅본색2』를 관람했고 『첩혈쌍웅』도 63%가 본 것으로 밝히고 있어 이들 폭력 홍콩영화가 얼마나 청소년정서에 해독을 끼치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청소년들은 홍콩배우인 주윤발·유덕화·알란탐·왕조현 등의 팬클럽까지 만들어 그 들을 우상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업 협동조합 정광웅 이사장은『국내업자들이 3개월만 합심해도 홍콩영화 수입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보고『무분별한 폭력영화수입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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