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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재·보선 얘긴 일절 안 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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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25 재.보선 다음날인 26일 노무현(사진) 대통령은 민주복지국가론을 꺼냈다.

이날 오전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39회 국가 조찬 기도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복지 투자가 서구의 절반, 또는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매우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한국은 민주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전날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분명한 것은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낙오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세계 3대 경제권이 우리를 통해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말한 민주복지국가론에 대해 "새로운 정책이 준비되는 건 아니다"며 "복지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방침을 재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금 처리해야 될 일을 결코 뒤로 넘기지 않겠다"며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미움과 사심과 편견을 버리고 책임 있게 우리 경제를 보아 달라. 우리 경제는 원칙대로 가고 있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숫자로, 지표로 국민에게 제시하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해 재임 기간의 정책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한.미 FTA 협상 타결 후 국정운영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달라진 환경에 대한 심경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요즘 어쩐 일인지 (저에 대한) 공격이 좀 멈춰졌다"며 "그러나 저는 방심하지 않는다. 언젠가 무슨 일이 있으면 공격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공격받든 안 받든 대한민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언급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저조한 투표율, 특정 지역의 민심, 단기적 이슈 등에 좌우될 수 있는 재.보선 결과를 대선과 그대로 연결시켜 너무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자 홍보정책 토론회에서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며 "제도나 의식.문화.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한 일도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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