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일각 "F-15K 도입 재검토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이 최신예 전투기 F-22 도입을 추진하는 게 확인되자 국방부와 공군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F-22를 실전 배치할 경우 동북아 지역 제공권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은 일본과 중국.러시아 공군 틈새에 낀 샌드위치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군 일각에선 "한국 공군의 차세대 기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공군의 차세대 기종인 F-15K는 작전 반경과 성능 면에서 F-22에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면서다.

최첨단 전투기가 한반도 주변 상공을 날아다니는데 한물 간 전투기를 차세대 기종으로 구매하는 것은 제공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특히 공군 일각에서는 미국이 4세대 전투기인 F-15K의 한국 판매를 끝내면 생산 라인을 철거해 부품 단종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잇따라 추락한 F-16처럼 정비 불량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현대 공군력은 전투기 대수가 아니라 성능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공군력이 군의 전략 및 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도 24일 "F-15K가 F-22와 F-35에 비해 상대적으로 낡은 기종"이라며 F-22 도입 필요성을 시사했다.

공군은 2008년까지 F-15K 39대를 도입하고, 2차 사업으로 F-15K급 전투기 20대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다. 현재 2차 사업의 대상 기종은 미국 보잉사의 F-15K가 유력하다.

군 당국은 F-22 1개 편대(24대)만 가져도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22 전투기를 생산하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는 미국 정부만 허락하면 F-22를 한국에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록히드 마틴은 F-22 개발 초기인 1997년 수출 가능 국가로 일본.한국.독일.이스라엘을 꼽았었다.

따라서 미국이 일본에 F-22를 판매하기 위해 98년 제정된 F-22의 수출금지법을 폐기하면 한국도 수출 대상국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다. 기체에 정비체계 등을 포함하면 대당 3억 달러다. 군 당국자는 "F-22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