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자력시설 11개나 보유 핵 개발 욕심 낼 만|IAEA 제출목록으로 본 핵 개발 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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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최근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제출한 핵 시설물 목록에 나타난 관련시설들은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시설용량 등 새로운 사실들도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제출한 자료에는 기존시설로 연구용 원자로와 대학에 설치된 준임계시설·핵연료봉제조시설·5MW급 실험원자로·우라늄 광산 등 8개 시설, 건설중인 것으로 방사화학실험실·50MW와 2백MW급 원자로 등 3개 시설, 그리고 계획중인 6백35MW급 원자력 발전소 3기 등 14개 시설이다.
이들 목록을 검토한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창건 박사(연구위원)는『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그 동안의 추측들이 상당히 맞아들었다』며『이 정도 시설이라면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욕심을 낼만도 했겠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건설중이라는 방사화학 실험실이 가장 냄새가 나는 부분이라며 이것이 재처리시설임에 틀림없을 것으로 단정했다.
북한은 50년대 중반부터 다수의 과학자를 소련에 보내 원자력기술을 습득했으며 64년부터는 영변지역에 원자력시설 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하는 한편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에 핵 개발 연구부를 설치, 인력양성과 연구를 해왔었다.
거기에다 북한은 관련 공업분야인 화학공업과 기계공업이 전통적으로 강한데다 고품위의 우라늄 광산도 보유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이 많아 처음부터 핵 보유를 목표로 추진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재처리시설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방사화학 실험실이란 방사능물질 곧 핵 물질을 다루는 실험실로 북한측이 시인했듯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하고 핵폐기물을 저장·관리하는 시설로 재처리시설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고순도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보유해야 하나 우라늄으로부터의 제조는 여러 가지 난점이 많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약간의 플루토늄도 재처리 공정을 통해 입수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계획중이라는 6백35MW급 원자로는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이 박사는 추정했다. 원전건설에는 1KW에 2천∼2천5백 달러나 들기 때문에 모두 38억∼48억 달러에 이르는 건설비를 그들이 무슨 수로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이박사는 그들이 구 소련으로부터 도입하려 했던 4백40MW급 원자로 4기의 도입 좌절에 따른 체면 만회용이거나 5책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높여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평화적 목적이란 것을 과시하려는 저의가 숨어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이번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보도 된 농축(Enrichment)우라늄 공장은 원광에서 우라늄을 뽑아내는 정광(Concentration)시설을 잘못 번역한데서 온 것으로 상식적으로 볼 때도 북한은 천연 우라늄을 사용할 뿐 아니라 농축에 필요한 엄청난 전력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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