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학생 혜택 많이 받았으면…/일 최대장학재단 설립… 정동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맨손으로 도일 빠찡코로 거금모아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5백억엔(한화 약 3천억원) 기금의 사설장학재단을 설립해 화제가 된 재일동포사업가 정동필씨(71·일본명 나카지미 겐이치)가 9일 오후 모국 방문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19세 때 일본에 건너가 온갖 고생끝에 2조엔의 재산을 모아 「일본 최대·세계 30대 부호」로 꼽히기에 이른 정씨는 김포공항에서 『나 역시 고학을 해서 자라온 사람』이라며 『이번 장학사업에 많은 어려운 학국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8년 일시 방문후 4년만에 다시 공향땅을 밟게 된 정씨는 『이번 체류기간중 충북 청주에 있는 선친묘에 성묘하고 국내 관광을 하면서 바람도 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고 이병철삼성회장과는 30년동안 형제 이상으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며 『정주영국민당 대표와도 매우 친한사이이나 특별히 만날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12일 충북대에서 지역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경영철학 강연도 할 예정이다. 1922년 청주 근교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정씨는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야학에 다니다 국민학교 5학년에 편입해 어렵게 국민학교를 마쳤다.
누나의 도움으로 청진의 중학교에 1등으로 입학했으나 누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정어리공장과 고깃배에서 품을 팔아가며 고학으로 학업을 계속했다.
졸업후 만주철도에 취직했지만 일본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월급에 실망,19세 때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부두노동자가 됐다.
철도레일을 나르는 노동을 하면서도 와세다(간도전) 대학 전문부와 다쿠쇼쿠(탁식)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정씨는 전후 귀국하려다 모국의 혼란상황을 보고 그대로 눌러앉았다. 전후 재일동포들이 앞다퉈 뛰어든 빠찡꼬에 손을대 (주)평화를 설립한 것이 오늘날 일본 최대의 빠찡꼬기계 메이커 시작이었다.
정씨가 운영하는 (주)평화의 올해 예상매출액은 7천5백억엔,경상이익만 2천5백억엔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씨는 이날 평화의 모범사원 8백명도 함께 이끌고 왔다. 정씨는 17일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정선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